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제도화를 위한 국민적인 논의가 본격화된다. 지난 2009년 대법원의 판결에 이어‘김 할머니’사례를 통해 연명치료 중단 허용이 공식화된지 2년만이다. 특히 이번엔 그동안 의견이 엇갈렸던 환자 대리인의 의사표시 인정과 법제화 여부 등이 중점 논의될 것으로 보여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존엄사에 대한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2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 주도로 연명치료 중단 제도화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민간 중심의 사회적협의체와 국민토론단이 구성·운영된다. 이달 내 구성 예정인 사회적협의체는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장이 수장을 맡고 각계를 대표하는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또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20∼30명 규모의 국민토론단도 별도로 구성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계획이다.
사회적협의체와 국민토론단에서 논의될 사안은 과거‘김 할머니’의 국내 첫 연명치료 중단 시 합의가 되지 않은 것들이다. 지난 2009년 5월 대법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연명치료 중단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데 이어, 한달 뒤 식물인간 상태로 반년 넘게 병상에 있던 ‘김 할머니’에 대해 법원이 산소호흡기를 떼는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하며 논란은 시작됐다.
이에 따라 당시 의료, 종교, 법조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사회적 협의체가 발족했다. 협의체는 임종 직전의 ‘식물인간’을 포함한 말기환자를 대상으로 인공호흡기와 심폐소생술 등 특수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한다는 합의를 이끌어 내고 2010년 7월에 활동을 종료했다. 이때 말기환자가 연명치료 중단을 원할 경우 환자 본인이 연명 치료 여부를 문서로 남겨두는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합의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에서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또한 환자가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상태일 경우 환자의 뜻을 추정하거나, 가족이 치료중단을 요구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찬반의견이 맞서 협의체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최근 설문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 논의에서 법제화와 대리인의 연명치료 중단 의사 추정 인정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