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과는 등단하는 졸업생들도 많이 배출하고 있고 미래에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올지도 모르는 학교를 대표하는 명품학과에요. 취업률 평가가 나쁘다고 국문과와 통합한다니, 자충수로 제살 깎아먹는 꼴 밖에 안돼요.”(동국대 재학생)
동국대는 2013학년도부터 5개 단과대 11개 학과를 통폐합하는 학문구조 개편안을 추진해 학생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문예창작학과는 국어국문학과와 통폐합됐고 윤리문화학과는 내년부터 신입생을 뽑을 수 없게 됐다.
중앙대 역시 지난 2008년 두산그룹이 인수한 이래 강도 높은 학과 통폐합 구조조정을 추진해왔고 그 결과 2010년 18개의 단과대학을 10개로, 77개의 학과를 46개로 통폐합했다. 이밖에 배재대, 동아대, 경인여대, 청주대 등이 학과 통폐합을 단행했다.
대학들은 실용주의 학문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변명치고 꽤 거창하다. 그저 돈이 되냐 안 되냐를 기준으로 돈이 안 되는 비인기 학과들에 폐기 처분에 가까운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는 것에 불과한데 말이다.
대학들이 소위 ‘잘 나가는 학과’를 중심으로 대학을 편성하고 심지어 이런 식의 구조조정과 운영을 실용주의적이라고 자평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는 실용주의라고 하기 보다는 실리주의, 신자유주의에 가깝기 때문이다.
철학자이자 교육학자인 존 듀이는 “실용주의적인 지식은 돈이 되는 지식이 아니라 전체적인 삶의 연관을 조망함으로써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지식”이라고 했다.
실용주의적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교양이 필요하다. 편협하고 단편적인 지식을 기능적으로 습득해서는 다양한 삶의 맥락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대학이 취업률과 스펙경쟁의 장으로 변한 건 어쩔 수 없는 시대 흐름”이라면서 “하지만 여기에 맞춰 돈을 잣대로 학문을 평가하고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과연 대학이 존재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볼 문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