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230여만 가구가 공영방송인 KBS 2TV를 시청할 수 없는 초유의 시청대란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케이블TV업체(SO)는 지상파 방송사와 재송신료 협상이 난항을 겪자 지난 16일 오후 3시를 기점으로 KBS 2TV의 방송 신호 재송신을 전격 중단했다.
각 지역 SO들은 방송 프로그램 대신 검은색 정지 화면에 ‘KBS의 요구로 방송이 중단되고 있다’며 KBS 대표번호를 안내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표준화질(SD)과 고화질(HD) 방송 모두를 중단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관련소식을 접한 시청자들은 지상파와 케이블TV업계의 마찰로 피해를 보는 건 시청자들 뿐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방송중단 부른 ‘300억원’= SO들과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지난 2007년 이후 재송신료 문제로 갈등을 빚어 왔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지상파 3사의 고화질 방송 송출을 8일간 중단했다. 그러나 표준화질 방송까지 중단하지는 않았다.
이번 사태는 법원이 지난해 SO들에게 지상파 재송신 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지상파 3사는 2009년 CJ헬로비전을 상대로 재송신료를 내지 않고 무단으로 지상파를 재송신하는 것을 금지시켜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말 “재송신을 중단하고, 이를 어길 경우 지상파 3사에 하루 각 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이 판결로 CJ헬로비전은 지상파에 지불해야 할 간접강제 이행금이 100억원에 달하자, 표준화질 방송 중단이라는 최후의 배수진을 친 셈이다. 티브로드·현대HCN 등 다른 SO들은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과 공동운명체일 수 밖에 없어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지상파 3사는 케이블TV 가입자 1명당 월 280원(채널 1개 기준), 연간 총 300억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SO 측은 1인당 재송신료를 50원에서 100원으로 높여가며 협상을 벌였으나, 지상파는 이를 받아 들일 수 없는 입장이다. 이미 IPTV와 위성방송으로부터 같은 금액을 받고 있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며 평행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방송대란 언제까지?= 방송통신위원회는 16일 88개 SO들에게 즉각 방송 송출 재개를 요구하는 시정명령안을 의결했다.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징금 5000만원과 과태료 500만원은 물론 영업정지 처분과 형사고발까지 제기할 계획이다.
그러나 케이블TV 업계는 이미 법원이 지상파 재송신 행위 자체가 위법하다고 판결한 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급기야 방통위가 행정적 제재조치를 취할 경우 MBC, SBS에 대한 송출 중단도 불사하겠다는 것. 오는 설 연휴 동안 대다수의 국민들이 지상파방송을 시청할 수 없는 방송대란 사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는 양측의 협상이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방송 송출 중단에도 불구하고 양측에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고, 지상파가 280원의 재송신료 요구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SO들은 지상파에 가입자당 재송신 대가 산정의 적정성을 판단하자며 저작권위원회에 평가를 의뢰했지만 지상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근 재송신 대가에서 양보안을 제시했지만 거부된 상태다.
케이블TV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먼저 KBS 2TV의 송출을 중단한 것은 국민의 시청권을 지켜야 할 공영방송 임에도 불구하고 재송신 대가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협상이 순조롭지 않을 경우 MBC, SBS에 대한 송출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