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상상력 부재의 나라

입력 2012-01-11 10:03 수정 2012-01-1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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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혁 부국장 겸 금융부장

우리가 둘이서 빵에 바르는

이 쨈은 쨈이 아니라 과수원이에요

우리는 과수원 하나씩을

빵에 얹어서 먹어요

-전봉건 <과수원과 꿈과 바다 이야기> 중에서-

이 시에서‘쨈’은 우리가 알고 있는‘쨈’이 아니라 ‘쨈’은‘과수원’ 이란 새로운 의미로 창출된다. 빵에 과수원을 하나씩 얹어서 먹는다는 건 ‘창조적 상상’ 의 산물이다. 상상력이 있기에‘쨈’이 ‘과수원’으로 멋진 도약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 상상력은 세상을 바꾸는 샘물이다. 상상력이 없는 세상은 발전이 없다. 특히 리더에겐 상상력이 중요하다. 보이는 것만 보고 들리는 것만 듣는 리더는 조직을 후퇴시킨다. 리더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더라도 본질을 꿰뚫을 수 있는 상상력이 있어야 한다.

◇'상상력'은 리더의 필수 덕목 = <리더십 강의>라는 책을 펴낸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는 창조적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은 리더가 될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달리 말하면 상상력이 없는 리더는 조직과 사회를 발전시킬 수 없고 민폐만 끼치게 된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상상력이 풍부한 리더는 조직을 끌고 가거나 지배하지 하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상력이 풍부한 리더는 시대정신을 파악하고 소통하며 함께 가다가 중요한 상황에서는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MB정부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상상력 부재다. 행정부도 국회도 사법부도 상상력이 없다. 쨈을 쨈으로만 보는 기계적인 사고가 만연해 있다. 그렇다보니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사회 각 부분이 따로 따로 놀고 있다.

국민들은 답답하다. 대통령을 포함한 사회 리더들이 즉흥적, 아날로그적으로 국민을 대하고 사회를 이끌어 가다보니 비전은 없고 냉소주의만 가득하다.

상상력 부재의 현장을 가보자.

물가가 잡히지 않자 대통령은‘물가관리 실명제’를 도입하라고 지시했다. 주요 품목마다 물가 상한선과 담당자를 정해 실명으로 관리하라는 얘기다. 정권 초기‘MB 물가지수’에 이어‘물가관리 실명제’까지 등장했지만 물가가 잡힐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히려 실명제를 하면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단순한 사고에 국민들은 허탈해하고 있다. 21세기에는‘불도저 리더십’ 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그토록 지적했건만 왜 그것을 버리지 못하는 것인지 국민들은 답답해하고 있다.

관계 장관은 한 술 더 떴다. 박재완 장관은 주한 유럽 상공 회의소가 주최한 오찬 간담회에서 국민들의 과시적 소비심리가 물가급등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학자 출신인 장관이 이론적, 현실적 근거도 없는 발언을 해 국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것이다.

한 나라의 수뇌부가 이러니 각 기관들도 일시적이고 즉흥적인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대통령이 서민을 챙기기 시작하자 대통령의 인사(人事) 사정권에 있는 기관장들마다 서민정책을 봇물처럼 쏟아냈다. 서민을 위한다는 명분하에 기관장인지, 정치인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준비되지 않은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면 산하기관에선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실행방안을 내놓는다.

◇소통 안되니 마음의 문 안 열려 = 문제는 그렇게 해도 국민들이 좀처럼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진정성이 깃든 소통이 없다보니 국민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의 마음을 여는 게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상식에 부합하는 말, 정책이 있으면 되는데 상상력이 없다보니 이것이 안 되는 것이다.

베스트셀러 <생각의 탄생(Sparks of Genius)>을 쓴 루트 번스타인은“지도자는 종합적으로 사고를 할 수 있는 창조적 리더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 평가>를 쓴 함성득 교수는“21세기 대통령은 과학과 통찰력이 합쳐져 예술적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해는 지도자를 뽑는 선거의 해다. 비상식적이고 답답한 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다면 상상력이 풍부한 지도자를 선택하자.‘쨈’을 ‘과수원’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그런 멋진 생각, 철학을 지닌 리더를 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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