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이념이나 가치관의 차이가 세대갈등을 불러 일으킨 이유였다면 최근 들어서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세대갈등을 야기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올해 전세계적으로 저성장이 예상되면서 ‘2040’과‘5080’이 공존하는 동반자가 아닌 경쟁자로 만들었다. ‘5080’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준비하지 못한 노후로 인해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그들의 정년요구 연장은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면서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일자리와 노년층 부양 등을 둘러싼 세대간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한 젊은 세대의 분노에 대해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벌 받은 것”이라고 자평했다. 조 국 서울대학교 교수는 “젊은이의 분노는 삶이 위협받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2040’의 분노가 지난해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점이다.
4700여명의 회원을 보유한‘청년유니온’은‘2040’분노의 구체적인 행동이다. 김영경(31) 청년유니온 대표는“젊으니까 사서 고생도 한다는 식의‘아프니까 청춘’이란 말이 가장 싫다”고 말한다. 아무리 고생해도 돌파구가 없다면 어떤 위로의 말도 소용이 없다는 것. 김 대표는“정치권은 이제 거짓 위로를 그만두라”며“청년의 좌절이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바꾸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 진짜 위로”라고 밝혔다.
조대엽 고려대 교수(사회학)가 “취업난에 좌절한 청년 세대가 빠른 속도로 정치 세력화하고 있다”고 진단한 것과 같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청년층 5명 중 한 명(22%)이 사실상 실업 상태다. 일자리 부족으로 기성세대보다 출발이 늦은데다 평생 고용불안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도 상대적으로 약자계층에 속할 확률이 높다.
또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는 젊은 층이 고령층의 복지 등 부양비용을 치러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금융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경제활동 인구는 2000년 현재 9명이지만 2020~2030년에는 3명으로 줄어들어 부담이 3배로 급증한다. 그러면서도 인구가 늘어난 윗세대들의 발언권은 강화됐다. 이에‘2040’이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울러 세대간 갈등심화를 부추기는 데에는 부(富)의 양극화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최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30대가 세대주인 가구의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를 뺀 수치)은 1억5716만원에서 1억6124만원으로 2.6% 증가한 반면, 50대가 세대주인 가구의 순자산은 3억151만원에서 3억2663만원으로 8.3%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사회 전체적으로 연금제도는 당대 청·장년층이 납부하는 보험료로 노년층의 소득을 보전하도록 설계됐다. 인구구성에서 고령자의 비율이 늘어날수록 노년층에 지급되는 연금수급액은 늘어나며 더불어 청·장년층이 납부해야 하는 보험료도 함께 늘어난다.‘5080’이‘2040’보다 부유하지만‘2040’이‘5080’을 부양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국민연금 혜택을 축소한다는 연금 개혁안인 독일 정부의‘아젠다 2010’안의 배경은 세대갈등의 해결책을 엿볼 수 있다.
2003년 8월 독일 기민당 청년조직 필립 미스펠더 의장은“왜 85세 노인의 무릎 관절 수술비까지 젊은이가 대납하란 말인가? 예전 노인들은 지팡이를 짚고도 잘 다녔다”며 일하는 세대가 은퇴한 세대를 책임진다는 묵시적 사회계약에 대해 공식적인 파기를 선언했다. 당시 경제 회생을 위해 노인층에 대한 과도한 복지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젊은층과 지출 삭감에 결사 반대하는 노인층과 갈등이 증폭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으로 독일이 세대간에 고도 경제성장을 전제로 짜여진 노인 복지 시스템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것에 공감하게 됐다”며 “저성장 시대에는 세대 간 양보로 지속 가능한 복지 정책 및 사회안전망 운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