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집안에서 반팔 티셔츠를 입고 생활하는 화면, 욕조에 물을 가득 받아 거품 목욕을 하는 장면, 대낮에 환하게 조명을 켜놓은 집안 배경 등을 ‘옥에 티’ 형식으로 잡아낸 재미있는 글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생활 문화가 여전히 에너지 절약과 동떨어져 있다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에서가 아닌 실생활에서 우리의 에너지 사용 수준은 어떨까?
에너지 소비량을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에너지 사용량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알 수 있다. 2000년 부터 2009년간 OECD 주요국들은 에너지 소비가 감소하고 있거나, 더 이상 늘지 않는데 반해, 우리는 2.3% 증가하였고, 특히 고급 에너지원인 전력수요는 2002년 부터 2010년간 연평균 5.7%로 매우 빠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GDP 대비 전력소비량도 한국을 100으로 봤을 때 일본 36, 영국 36, 프랑스 57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매년 에너지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단기간에 공급 능력을 크게 늘리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앞으로 2~3년간은 반복적인 수급 불균형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높은 실정이다. 당장 올해 겨울만 하더라도 전력공급은 7906만kW가 전망되나, 전력수요는 전년대비 7.4%나 증가한 7853만kW가 예상되어 특단의 대책 없이는 전력 예비율 1% 미만이라는 위기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이번 9·15 정전사태라는 한 차례 홍역을 두 번 다시 치르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국민이 동참하는 에너지절약이 절실하다.
이에 정부에서는 2011년 12월5일 부터 2012년 2월29일 까지 전력 다사용자에 대해 절전 의무를 부과하고, 실내 난방온도를 20℃ 이하로 제한하며, 야간 네온사인 광고조명을 제한하는 강도 높은 에너지 사용 규제 시행과 함께 실시간으로 전력수급 상황을 국민에게 전달하기 위해 ‘전력 예보제’, ‘전력수급시계’를 설치하고, 에너지 절약문화 확산을 위한 다양한 에너지 절약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
경제계에서도 이러한 정부 대책에 발맞추어 자발적인 절전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11월 30일, 경제단체와 에너지다소비 업종별 협회가 모여 ‘범경제계 절전실천 사회적 협약식’을 체결한 이래, 대한상의에는‘에너지절약 대책본부’가 설립되어 기업들의 절전이행을 지원하고 교육·홍보에도 힘쓰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자체 절전 목표를 세우고 실천 가이드를 전직원에게 배포하기도 하였다 아직 짧은 시행기간이지만 이러한 적극적 참여로 인해 절전 효과가 150만kW를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시민들도 이러한 자발적인 절전운동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지난 12월 22일에는 에너지시민연대 주관으로 ‘에너지절약 시민 감시단 발대식’이 있었다. 시민사회, 종교계, 경제계 대표가 모여 범국민 전기 모으기 시민운동 선언을 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 실천을 다짐했다. 앞으로 시민 감시단은 지역의 번화가, 아파트 단지 등을 돌며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에너지절약 요령을 홍보하고, 에너지 낭비사례를 계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에너지 절약이 우리의 일상 생활문화로 정착시켜 나가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끝으로 지난 크리마스 때 인터넷 블로그에서 읽었던 가슴 따뜻한 사연을 소개하고자 한다. 48평 아파트에서 한겨울에도 반팔 옷을 입고 생활하던 한 주부가 어느 날 독거노인 봉사활동을 나갔다가 온기라고는 전혀 없는 방에서 이불 한 장으로 혹독한 겨울을 나는 노인들을 보고 생활방식을 완전히 바꾸었다고 한다. 봉사활동을 다녀온 이후에는 집안에서는 두툼한 옷을 입고, 설거지도 장갑을 끼고 찬물로 하고, 심지어 좋아하던 반신욕도 자제하면서 에너지절약 습관이 몸에 배이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몇 십만원씩 나오던 난방비를 2만8710원으로 줄였다고 한다.
그렇게 알뜰하게 모은 돈으로 어르신들에게 양말이나 담요 등을 사다 드리며 작은 나눔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조그만 불편을 감수하고 모은 에너지가 그늘진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고 빛을 비추는 커다란 에너지가 되어 퍼져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조석 지식경제부 제2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