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11일 내년 19대 총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직접적 원인은 최근 잇달아 터져 나온 측근들의 잇단 비리다. 보좌관 박모씨가 SLS 그룹 등으로부터 10억원에 달하는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나면서 최대 위기에 봉착했었다. 또 정치적 양자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또한 SLS 염문에 휘말려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자 6선으로 당내 최다선인 이 의원은 그간 ‘영포라인’의 정점에 위치하며 정권 초기부터 인사권 등 권력행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와 야권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퇴진 대상으로 지목돼왔다.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와의 관계는 비교적 원만하나 이재오·정두언 의원 등 정권창출 1등 공신들과는 갈등이 잦았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바탕으로 고비마다 위기를 탈피, 되레 반대축의 정점에 있는 이들이 권력투쟁의 멍에를 쓰고 자의반타의반 귀향을 지내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쇄신과 화합에 작은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면서 정계은퇴나 다름없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은 나에게 가족이자 생명과 같은 존재로 그런 당이 지금 매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 “평생을 한 당에 몸 바쳐 당3역과 최고위원까지 지낸 사람으로서 매우 가슴이 아프다. 단합만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이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온갖 억측과 비난을 받을 때는 가슴이 아팠지만 묵묵히 소임을 다하면서 올바른 몸가짐을 가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면서 “다시 한 번 보좌관의 불미스러운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일에 관해서는 긴 설명보다 옛말의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疎而不失. 하늘이 친 그물은 눈이 성기지만 그래도 굉장히 넓어서 악인에게 벌을 주는 일을 빠뜨리지 않는다는 뜻)이라는 글로 제 심정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의 불출마로 영남권 중진들의 퇴진 압박은 한층 더 커지게 됐다. 역시 6선으로 친박계 조정자 역할을 해온 홍사덕 의원부터 당장 자발적 용퇴를 검토하며 주위 중진들의 동참을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홍준표 체제 종식 이후 당을 위기에서 구해야 할 박 전 대표의 보폭은 한층 힘을 받게 됐다는 분석이다.
앞서 당내 소장파의 핵심인 홍정욱 의원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주말 불어 닥친 바람이 금주 현역 의원들의 불출마 도미노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