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들의 운명은 늘 순탄치 않았다. 초대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10명의 전직 대통령 대부분은 하야, 시해, 가족 구속, 검찰 수사 등 비운이 잇따랐다.
특히 2009년 한해에만 노무현·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이 서거하는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
먼저 세상을 떠난 건 노 전 대통령이었다. ‘박연차 게이트’로 불리는 검찰 수사를 받던 노 전 대통령은 5월 23일 오전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라는 유서를 남겼다.
나라 전체가 뒤숭숭한 가운데 야권에선 ‘정권과 검찰의 무리한 표적수사가 화(禍)를 불렀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여론은 순식간에 전국을 휩쓸었고 검찰은 이내 노 전 대통령의 친·인척 등에 대한 수사를 전면 중단했다.
노 전 대통령의 장례는 국민장으로 치러졌고, 봉하마을에 묘소가 만들어졌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생의 민주화 동지를 잃어서 내 몸의 반이 무너진 것 같은 심정”이라고 했다. 그랬던 그도 3달여가 지난 8월 18일 오후 병원에서 생을 마감했다. 폐렴으로 한 달여 간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있던 김 전 대통령은 증세가 호전돼 22일 일반병실로 옮겼기기도 했다. 그러나 하루 뒤 폐색전증이 발병하면서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김 전 대통령의 장례는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 국장(國葬)이었다. 묘소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마련됐다.
한 해에만 두 전직 대통령을 잃은 야권으로서는 뼈아팠다. 하지만 슬픔도 잠시. 야권은 서거정국을 선거에 이용했다. 민주당은 그 해 열린 10·28 재보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억울해하고 김대중 대통령의 죽음을 슬퍼했다면 꼭 투표해달라는 당부를 드린다”며 호소하고 다녔다. 이후 총선과 대선을 목전에 둔 2011년 현재까지도 친노(親盧) 진영 내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은 자의든 타의든 정치적 이득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