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새고 있다‥4대연금 수익률 자산운용사보다 못해

입력 2011-11-2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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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재정 위기로 국내 4대 연금의 운용실적이 나빠지고 있다. 국민의 소중한 재산인 연금의 수익률이 일반 자산운용사에도 못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은 내년에 국외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일 계획이지만 대외경제가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어 수익률 회복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이미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는 연간 3조원 가량의 국민 세금이 들어가고 있다. 이들 연금의 투자수익률에 대한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리먼사태 때보다 주식투자 '부진'

국내 4대 연금은 올해 8월 이후 요동친 금융시장에서 안정적 자산운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

폭락장에서 코스피의 시장수익률을 밑돌았기 때문이다. 일반 자산운용사들에 비해서도 부진했다.

27일 각 연기금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과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은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국내 주식에 직접 투자해 각각 -9.56%, -10.83%의 수익률을 냈다. 9월 말 누적 수익률은 각각 -14.01%, -17.11%로 더욱 나빠졌다.

공무원연금의 누적 수익률은 8월 말 -8.7%, 9월 말 -16.4%였다. 주식 간접투자로 기금을 운용하는 국방부 군인연금은 8월 말 -11.98%, 9월 말 -14.79%였다.

4대 연금의 전체 수익률은 자산운용사들과 비교해 약간 뒤처지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44개 운용사는 8월 말까지 -10.34%, 9월 말까지 -14.39%의 평균 수익률을 기록했다. 라자드코리아운용(-0.65%), 골드만삭스운용(-3.06%) 등 일부 운용사는 올해 9월 말 누적 수익률(액티브 주식형일반 기준)이 상대적으로 좋았다.

과거에 연기금은 개인과 외국인은 물론 다른 기관 투자자를 압도하는 강자였다.

리먼사태 당시에 연기금은 상대적으로 좋은 실적을 거뒀다. 국민연금은 2008년 8월 말 누적 수익률이 -19.36%에서 9월 말 -20.29%, 10월 말 -37.98%를 기록했다. 사학연금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코스피는 2008년 10월 말에 연초보다 41.33%나 폭락했고, 자산운용사들은 8월 말 -22.61%에서 9월 말 -23.06%, 10월 말 -40.14%의 수익률을 냈다.

사학연금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 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여 대형 우량주 중심으로 투자하는 연기금이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시장수익률을 따라가기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수익률 저조한 국외주식 투자 확대

내년에 국민연금은 국외주식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이런 방향이 수익률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복지부는 24일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국외주식의 목표비중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는 국내주식과 채권에 편중된 투자자산을 다변화하려는 시도다. 올해 9월 말 국민연금 운용자산 336조7236억원 중 국외주식 투자비중은 5.36%에 불과하다.

그러나 과거 연금의 국외주식 및 대체투자 성적이 저조했으며 최근 대외경제의 불확실이 커져 오히려 국외주식 투자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국회예산정책처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과 사립학교교직원 연금기금의 2006~2010년 국외 위탁운용 주식 평균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였다.

국민연금의 국외주식 평균 수익률은 -2.30%로 국내주식 평균 수익률 12.53%를 크게 밑돌았다. 사학연금의 국외주식 평균 수익률(2008~2010년 3년간 자료만 제출)은 -5.33%에 불과해 국내 직접운용 주식 수익률 9.57%에 크게 못 미쳤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은 금융부분 중 국외주식 투자비중을 2006년 0.45%에서 2010년 5.6%로 늘렸다. 5년 사이 12.4배로 뛴 것이다.

예산정책처는 보고서에서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단기적으로 국외주식 투자비중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국민연금 운용본부 관계자는 "전체적인 비중은 늘려가되 시장 상황에 따라 비중을 조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학연금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외국시장을 계속 연구하고 투자 저변을 넓혀가는 게 옳다. 국내 시장에서 연기금의 비중이 너무 커지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금 고갈 우려ㆍ세금으로 적자 보전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적자를 국민 세금으로 메우고 있다. 작년에만 두 연기금에 3조원 가까운 혈세가 투입됐다.

작년도 공무원연금에 투입된 세금은 1조3천71억원이었다. 올해에는 1조2천475억원, 내년에는 1조4천588억원의 세금이 각각 들어갈 예정이다. 앞으로 공무원연금의 적자 폭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군인연금의 지급액 절반가량은 세금이다. 작년 지급액의 48%인 1조565억원은 국고에서 나왔다. 올해에 1조3천266억원, 내년에 1조2천499억원이 각각 투입될 예정이다.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은 아직 흑자이지만 급속한 고령화로 고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정 상황이 좋은 편인 국민연금이 2060년께 바닥날 전망이지만 고령화로 고갈시기가 당겨질 수도 있다. 2030년 이전에 고갈될 것으로 보이는 사학연금도 취학아동이 급감하고 교원이 줄어들면 재정이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위원은 "`100세 시대'가 본격화되면 적자 폭이 급격히 확대되고 연금 소진이 빨라질 것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찬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이미 운용 수익으로 기금 고갈을 막기는 불가능하다. 단기간 수익률로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스스로 정한 기준 수익률에도 못 미친다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각 연금의 운용 과정에서 견제장치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인연금은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수익률을 매달 공개하지 않는 투명성 문제도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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