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사상 첫 여성 총리가 탄생한다.
유럽 경제 침체의 여파로 10년간의 우파 연정 집권은 막을 내리게 된다.
헬레 토르닝-슈미트(44) 사회민주당 당수가 이끈 중도 좌파 진영은 15일(현지시간) 179명의 단원제 의원을 뽑는 덴마크 총선에서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현 총리(47)의 우파 집권 연정을 누르고 승리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개표가 90% 이상 이뤄진 상황에서 좌파 진영은 89석, 우파 연정은 86석을 얻을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와 파로 지역의 4석을 계산하지 않아 공식개표 결과는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라스무센 총리는 현지 TV방송에서 “16일 오전 11시 여왕을 뵙고 선거 결과를 보고한 뒤 내각의 사임 의사를 전달할 것”이라며 패배를 인정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좌파 진영은 사회민주당을 중심으로 사회자유당·사회주의 인민당·적녹연맹당 등이 동맹을 맺었으며, 집권 우파 연정에는 자유-보수당 연정에 반(反) 이민 정책을 주창해온 극우 성향의 덴마크인민당 등이 포함돼 있다.
사민당은 지난 2001년 선거에서 패배한 설욕을 10년 만에 갚고 정권을 되찾게 됐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북유럽을 중심으로 부는 좌파 바람이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로 인한 경제침체에 대한 불만이 정치 변화의 요구로 분출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덴마크는 유로존 회원국이 아님에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 1%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년 재정적자도 GDP의 4.6%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슈미트 당수는 경기 부양 등 경제 활성화 공약에 집중함으로써 선거 기간 내내 여론조사에서 라스무센 현 총리를 압도해 왔다.
그는 현 집권 연정의 고강도 긴축재정을 완화하고 근로시간을 연장하는 한편, 은행세와 부유세를 신설해 세수를 확대함으로써 복지국가의 위상을 높이면서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유럽연합(EU) 내의 거주와 교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현 국경통제 정책과 이민정책을 완화하는 등 다문화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슈미트 당수는 또한 주변국의 유럽통합 정책에 보조를 맞추는 유화적인 외교정책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닐 키녹 영국 노동당 당수의 아들인 스티븐 키녹과 결혼해 슬하에 두 딸을 둔 슈미트 당수는 5년간의 유럽 의회 의원 생활을 거쳤다.
지난 2005년 2월 사민당 소속 의원이 된 슈미트 당수는 2달 만에 당권을 장악, 최초의 여성 사민당 당수에 올랐다.
그는 2007년 총선에서 사민당을 중심으로 한 중도 좌파 진영을 꾸려 정권교체와 함께 첫 여성 총리에 도전했으나 81석을 얻는데 그쳐 89석을 확보한 집권 연정에 분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