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시동을 건다.
8일 박 전 대표 측근들에 따르면 이르면 내달 초께 의원회관 사무실 확장 개념으로 외부 사무실을 개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의 한 핵심 측근은 “캠프까지는 아니고 비서진을 확대하기 위해 외부에 사무실이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오는 19일부터 내달 8일까지가 국정감사 기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 개소시점은 그 이후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 사무실이 대선의 전초기지인 캠프로 활용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 전 대표는 지난 대선 국면인 2006년 당시 여의도 엔빅스 빌딩에 지금처럼 확대 비서실 개념의 사무실을 꾸렸는데, 나중에 자연스럽게 대선캠프가 됐다.
박 전 대표의 행보가 이처럼 빨라진 건 최근 정치권에 불어 닥친 ‘안철수 신드롬’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한 친박근혜계 의원은 “안철수 문제를 절대로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며 “현재 불안한 정국을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박 전 대표가 빨리 캠프를 차리고 대권행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
이 같은 위기감의 근거는 여론조사 결과다. 각종 기관에서 실시한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박 전 대표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뒤지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가 타 후보에게 밀려난 건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그런 점에서 그가 받았을 충격이 적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박 전 대표의 불편한 심기는 지난 7일 인천시 남동구에 있는 고용센터를 찾은 자리에서 그대로 드러나기도 했다. 그는 여론조사상 안 교수에 뒤쳐진데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병 걸리셨어요? 여기서는 정치 얘기는 그만하고 중요한 고용과 복지 얘기를 좀 하죠”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안철수 신드롬’에 대해 “이번 상황을 우리 정치가 새로운 출발을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던 그였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반응은 좀처럼 평상심을 잃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기에 주변을 더욱 당황케 만들었다.
박 전 대표 주변에선 안철수 신드롬을 애써 절하하면서도 긴장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적 기대가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기엔 파괴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