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나 증권사 등 펀드판매사들이 계열 자산운용사 밀어주기가 계속되면서 계열 판매사가 없는 자산운용사들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말 기준 자산운용사들의 계열사 판매비중은 평균 38.13%다.
특히 은행 계열 자산운용사들의 판매사 비중이 높았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를 합쳐 73.62%에 달했고 KB자산운용도 국민은행과 KB투자증권 비중이 71.18%나 됐다.
신한BNPP와 KB운용 펀드 10개 중 7개 이상은 계열판매사를 통해 판매되고 있는 셈이다.
IBK자산운용(69.82%)과 하나UBS(63.7%), 미래에셋맵스(61.63%)도 계열판매사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했다.
판매사별로 보면 계열 운용사 펀드 판매비중은 평균 36%였다.
은행을 비롯한 대형판매사들의 계열사 비중이 특히 높았다. 국민은행은 KB자산운용의 펀드판매 비중이 50.84%를 차지했고 신한은행에서 판매되는 펀드 중 71.18%는 신한BNP파리바운용의 펀드였다. 기업은행과 농협중앙회도 계열 운용사 비중이 각각 57.81%, 59.08%로 절반을 넘었다.
은행 창구에서 펀드를 가입하는 사람 2명 중 1명 이상은 그 은행 계열 자산운용사 상품을 가입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계열 판매사가 없는 자산운용사들은 기존 펀드와 차별화된 펀드를 만들고도 투자자들에게 펀드를 선보이기 조차 쉽지 않다.
모 자산운용사 마케팅 담당자는 “지난해 펀드를 새로 만들어 약관심사까지 모두 통과했지만 판매사를 구하지 못해 몇 개월간 애를 먹었다”며 “계열 판매사가 없는 자산운용사들은 우리 같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신생자산운용사의 경우에는 우수한 운용성과를 쌓아도 판매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른 운용사 본부장은 “처음 펀드를 내놨을 때 운용성과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판매를 거절했던 은행들이 3년 정도 꾸준한 수익을 낸 결과를 들고 찾아갔는데도 조금만 더 지켜보자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3년 정도 운용성과를 최상위권의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심사가 계속 지체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운용사가 은행 판매를 시도하고 있는 펀드는 설정 후 상위 10% 수준의 성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 관계자는 “지금도 창구에서 판매되는 펀드가 넘쳐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심사를 까다롭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