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의‘유리전쟁’이 삼광유리의 승리로 마침표를 찍을 전망이다. 하지만 락앤락도 전문가 의견을 동원해 이번 기술표준원의 발표에 크게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11일 오전 삼광유리(글라스락)는 “내열성에 있어 내열유리식기(락앤락)와 강화유리식기(삼광유리)가 큰 차이가 없다”며 비산(유리 파편이 잘게 깨져 흩어지는 현상) 실험에서도 오히려 내열유리가 강화유리보다 비산거리가 멀게 나타났다는 기술표준원 시험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번 시험결과에 따라 통과가 유보됐던 기술표준원의 내열유리제 식기 KS 표준안 개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기술표준원은 지난해 10월 KS-L2424 개정안을 발표하며 기존 규정에 ‘강화처리해 내열성을 부여한 유리’라는 문구를 새로 추가했다.
삼광유리 관계자는 “수 년간 경쟁업체로부터 강화유리제 식기가 ‘자폭’‘폭발’‘비산’한다는 근거없는 비난에 시달려 왔는데 이번 결과로 제품의 품질력을 공식 인정받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락앤락은 이날 삼광유리의 발표가 기술표준원의 공식 입장이 아닌 것으로 안다며 웨스틴조선호텔에서‘유리소재 식기의 소비자 안전 방안을 위한 포럼’을 열고 내열유리의 우월성을 주장했다.
락앤락은 기표원이 열간유지실험, 내구성촉진실험 등 꼭 필요한 실험에 대해 시간, 비용 등을 이유로 제외했다며 실험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한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락앤락은 세계적인 유리전문가인 안드레아스 카스퍼 박사를 포럼의 패널로 초청해 강화유리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카스퍼 박사는 “강화유리는 제조과정에서 유입될 수 있는 불순물이 시간과 온도변화에 따라 팽창하거나 유리 표면에 발생하는 흠집에 의해서도 스스로 깨어지거나 폭발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강화유리를 식기로 사용하기에는 안전성이 다소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락앤락은 기표원에 설명서를 보내는 등 실험의 부당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기할 입장이다. 김준일 락앤락 회장은 “엉터리로 한 실험결과를 토대로 표준안이 정해질 경우 피해받는 것은 소비자”라며 “락앤락-글라스락 두 업체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를 위한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유리전쟁의 발단은 지난 200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삼광유리는 당시 자사 밀폐용기도 충분한 내열성 테스트를 거쳤다며 강화유리 대신 ‘내열강화유리’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강화유리보다 원가가 2배 이상 비싼 내열유리를 사용하는 락앤락은 엄연히 다른 특성의 유리를 사용하면서 소비자의 혼란을 유발하는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며‘락앤락 제품은 안전한 내열유리를 사용해 폭발, 비산하지 않습니다’라는 광고전까지 벌이며 글라스락을 공격했다.
삼광유리도 이에 맞서 2009년, 2010년 광고전을 중단하라며 두 차례에 걸쳐 손해배상청구소송까지 진행했다. 당시 법원은 일반적 유리의 특성과 KS규정 등을 근거로 락앤락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