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강길 번갈아…‘퇴계의 혼’을 만나다

입력 2011-07-26 10:00 수정 2011-07-2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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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을 걷고 싶다]①동양화 속을 걸어볼까, 안동 퇴계오솔길

▲사진=고이란 기자
한국의 산수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굽이굽이 흐르는 강줄기 위로 깎아지른 벼랑과 야트막한 산들이 첩첩이 둘러 있고 산줄기 아래 외로운 집 한 채가 외로운 듯 앉아 있는 풍경이다. 교과서에서 박물관에서 그림으로 익히 봐 온 구도다.

역사책과 박물관에서 봐 오던 그 그림들은 2011년에도 실재하고 있었다. 퇴계이황길을 걷는 동안 동양화가 펼쳐졌다. 옛 화가들은 거짓을 전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이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나머지 아름다움이 두 눈으로 전해졌다. 그 동양화 가운데 오솔길이 있다. 퇴계 이황이 '그림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라 극찬한 그 길이다. 이 곳을 보면 누구라도 그림을 떠올리게 된다.

길은 땅으로 뻗어 있지만 그 길을 규정하는 것은 '걷는 이가 마주하는 풍경'이다. 13세의 퇴계가 '그림 속의 길'을 걸었던 것은 50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퇴계가 길을 걸으며 마주한 풍경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눈 앞에 같은 전경을 마주하며 걸어 보는 것은 퇴계가 되어 보는 일이기도 하다.

퇴계 이황은 13세에 숙부인 송재 이우에게 학문을 배우기 위해 퇴계태실에서 청량산까지 이르는 낙동강변 50리를 걸어다녔다. 학문을 마친 후에도 64세까지 대여섯 차례 이 길을 왕래하며 바위와 소, 협곡, 절벽 등 수려한 전경을 마주할 때마다 읊어 낸 시 9편이 퇴계집 전 1권에 전해 내려온다.

▲경북 안동 도산면에 위치한 퇴계오솔길을 걷는 동안 강 건너편에는 한 폭의 동양화와 같은 절경이 펼쳐진다.(사진=고이란 기자)
농암 이현보의 유적지인 농암종택에서 강줄기를 따라 1.2km의 구간은 가족이나 연인끼리 산책하기 적당하다. 농암종택 근처에서 마주하는 퇴계 오솔길은 최고의 절경이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낙동강은 청량산을 지나면서 비로소 강이 됐다'고 했다. 군데군데 뱀딸이가 빨갛게 핀 수풀을 헤치며 걷는 길에 낙동강이 모습을 드러냈다 감췄다 변덕을 부린다. 퇴계가 '경암'이라고 이름을 붙인 준수한 바위들은 신기하다. 절벽에서 떨어져 나온 정육면체의 바위들은 언제부터 저 곳에 있었던 걸까.

퇴계 오솔길은 '녀던 길' '옛던 길'등으로도 불린다. 단사에서 시작해 면천, 학소대, 을미재, 고산정을 지나 청량산으로 이어지는 옛 길은 오랜 세월이 흐른 탓에 대부분 모습을 잃었지만 백운지 전망대에서 학소대, 농암종택, 고산정으로 이어지는 강변길에는 그 흔적이 남아있다. 일부 구간이 현재 사유지인 관계로 산책로 조성이 안돼있는 점은 아쉽다.

길은 고산정에서 끝난다. 퇴계는 청량산 절벽 아래에서 거울같은 수면에 물그림자를 드리운 고산정을 보며 ‘일동(日洞)’과 ‘고산(孤山)’이란 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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