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캠프 캐럴'내 고엽제 매립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전 주한미군 스티브 하우스 씨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야당 의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매립 당시 상황을 자세히 증언했다.
하우스씨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고엽제 국민대책위가 공동주최한 이날 간담회에서 "캠프 캐럴에서 중장비 기사로 근무하면서 1978년 2월부터 6개월간 일주일에 2~3회 헬기장 뒤 D 구역에 참호를 파고 외부에서 들어온 드럼통 수백개를 매립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우스씨는 "'화학물질, 형태:오렌지' '1967년' '베트남'이라는 글씨가 쓰인 드럼통은 녹슬거나 용액이 새고 있었고, 매립 기간에 나를 비롯한 동료들은 피부 발진과 심한 기침을 겪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매립이 끝나고 6개월 뒤에 현장을 방문했는데 주변 산등성이 채소들이 모두 죽어 있었고 새와 토끼도 떼죽음을 당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고엽제 매립 위치를 놓고 논란이 이는 것과 관련, "내가 캠프 캐럴을 방문하면 정확한 위치를 찾아낼 수 있다"며 매몰 당시 참호를 찍은 사진들을 관련 자료로 제시했다.
하우스 씨는 1년간 캠프 캐럴에서 근무하고 미국에 돌아간 뒤 당뇨병, 말초신경장애, 녹내장, 피부 발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앓고 있다고 밝히고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 고엽제에 노출된 미국인과 한국인들은 진실을 들을 자격이 있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우스 씨와 함께 방한한 육군 대위 출신 필 스튜어트 씨도 1968~1969년 캠프 피터슨과 캠프 이선 앨런에서 복무 중에 '에이전트 오렌지(고엽제)'를 부대 안팎의 차도와 인도, 임진강 선착장 주변에 살포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미군 당국은 한국 내에서의 에이전트 오렌지와 기타 맹독성 제초제의 저장, 운송, 살포, 폐기에 대해 완전한 진실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우리는 진상 규명에 적극 협조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27일 하우스씨와 경북 칠곡 캠프 캐럴을 방문하기 위해 미군측과 협의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