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오는 3일 청와대에서 단독 회동한다. 여권 최대주주인 두 사람 간 만남은 지난해 8월21일 이후 10개월 만으로 박 전 대표의 유럽 3국 대통령 특사 보고 형식을 빌려 진행된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31일 이 같은 내용을 전한 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따로 만나 국정 및 정치 현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단 여권 내에선 8.21 회동 이후 유지돼 온 두 사람 간 ‘데탕트’가 재확인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박근혜 역할론’에 관한 구체적 합의에도 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에 이뤄지는 회동인 만큼 뭔가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손에 잡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기대했다. 친박계 핵심 중진의원 또한 같은 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약속했던) 국정 동반자 관계가 확립된다면 대승적 차원에서 박 전 대표 또한 (역할 주문을) 거절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반면 최근 연이어 청와대와 각을 세우고 있는 황우여 원내대표의 ‘반기’는 이 대통령은 우려 표명으로, 박 전 대표는 자신과는 별개 문제로 치부하면서 매듭을 짓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의원들을 대표하는 자리”라며 “최근 일련의 당 상황이 박근혜 뜻대로 되지 않았느냐고들 하는데 그건 국민과 당원 뜻이 반영된 것으로 박 전 대표와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나 논란이 됐던 전당대회 룰이 자신의 뜻대로 귀결됐다고 지적하자 “그건 언론의 말씀(해석)”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친이계의 몰락과 신주류의 태동을 가져왔던 지난 원내대표 경선을 계기로 사실상 당은 박 전 대표가 장악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이 대통령은 당이 분열되지 않고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줘야 그나마 레임덕을 조금이나마 지체시킬 수 있다. 박 전 대표 입장에선 범여권의 분열이 대권행보에 제일 부담되는 상황”이라며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만큼 현 정권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한다는 합의를 재확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 정권 성공’은 현재권력(이 대통령)을 위한, ‘정권 재창출’은 미래권력(박 전 대표)을 위한 의미로 그간 받아들여져 왔다.
한편 이재오 특임장관은 1일 한 특강에서 두 사람 간 회동 관련해 “유럽 특사 활동 보고 이외의 다른 정치적 의미를 낳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히려 당에 더 큰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