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이 22일 ‘KDI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정부와 다소 큰 차이가 있는 올해 경제성장률 4.2%, 소비자물가 상승률 4.1%를 전망하면서 정부 목표치 수정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현재 성장률 5%, 물가 3%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민간경제연구소가 아닌 국책연구기관이 정부와 큰 차이가 있는 전망치를 내 놓으면서 정부의 목표치 수정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잡히지 않는 물가가 올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복병이라는 지적이다.
◇정부, 내달 수정 목표치 내놓을 듯 = KDI의 이번 경제전망 발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부의 목표치 달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가 아쉽지만 목표치를 수정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내달 하반기 경제운영 방향 발표에서 수정 전망치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올해 3%인 소비자물가 목표를 3% 중후반까지 상향조정할 방침이다. 5% 내외인 성장률 목표는 4% 중반으로 낮추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 들어 3개월째 물가가 4%를 넘어서고, 국제유가 상승 등 대외여건도 쉽지 않다”며 “당초 물가 목표 3%는 상향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단, 경제성장률은 일부에서 제시한 4.5%는 지나치게 비관적인 것”이라고 말해 3% 중후반 수준으로 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성장률은 원화가치 상승과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일본 원전사태, 유럽 재정위기 등 불확실한 대외여건이 성장률 하향 조정의 주요 원인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때문에 5% 내외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 4% 중반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성장률은 4%대로 떨어뜨리더라도 물가는 3%대에서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풀이된다.
IMF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4.4%로 유지한 반면 물가 상승률은 당초의 3.4%에서 4.5%로 1.1%포인트나 올려 잡았다.
노무라는 한국 경제가 견조한 수출모멘텀을 유지하고 있지만 내수회복세가 약화되는 등 경제의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해외 투자은행(IB) 중 가장 낮은 3.5%의 성장률을 전망했다.
HSBC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의 4.9%에서 4.7%로 소폭 하향했고, 크레딧스위스는 4.8%에서 4.4%로 수정했다.
◇물가가 전망치 수정 핵심 원인 = 정부의 성장률 및 물가 상승률 전망치 수정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물가 불안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배추파동으로 시작된 물가가 다양한 대·내외 요인들로 인해 지금까지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
실제로 4월 소비자물가는 4.2%를 기록하며 4개월 연속 4%대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는 지난 1월 4.1% 상승한 이후 2월 4.5%, 3월 4.7%, 4월 4.2%를 기록했다.
금융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소, 국회 예산정책처 등도 올해 물가 상승률이 4%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4.3%)와 금융연구원은(4.2%) 지난해 말 예상치보다 1.3%포인트, 1.0%포인트 각각 상향조정했다.
한국은행은 0.4%포인트 올린 3.9%, LG경제연구원 역시 0.7%포인트 상향조정한 3.8%를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로 제시했다.
윤 장관이 최근 재정부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구제역·물가·전셋값 어느 것 하나 엄중하지 않은 것이 없고 정부의 정책 공간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민간경제연수고 한 연구위원은 “물가상승 압력으로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라며 “물가압력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의 최고의 난관으로 경기회복을 방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석하 KDI 연구위원은 “최근 물가상승 압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음에도 현재의 기준금리는 성장률 등 경제여건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이런 저금리기조가 지속되는 한 물가상승 기대를 진정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연구위원은 “명목경제성장률과 콜금리,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봤을 때 현재 3%대인 기준금리가 최소한 4% 이상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