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의 고수로 정평이 나있는 '뚝심맨'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자산운용본부장이 펀드 고객들에게 사과문을 전달했다. 증시 양극화로 인해 중ㆍ소형주들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신영마라톤펀드' 성적이 기대치에 못미쳤기 때문이다.
허남권 자산운용본부장은 25일 "최근 1년간 펀드 성적이 부진해 많은 판매사와 고객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신영마라톤증권투자신탁(주식)A' 펀드의 1년 수익률은 22일 기준 22.56%로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 29.94%를 밑돌고 있다.
그는 저평가된 우량 가치주와 대형 우량주의 우선주를 포함한 고배당주 종목에 분산투자해 안정적인 투자성과를 올리려는 펀드 전략이 주식시장의 양극화로 지난 1년여간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고 수익률 부진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허 본부장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국내 간판 수출기업들에는 오히려 큰 기회가 됐다"며 "특히 자동차와 화학업종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져 이들 업종의 기업들은 지난 2년간 급격한 성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 투자자금의 대규모 유입과 자문사 랩어카운트를 비롯한 집중 투자형 상품 등의 등장으로 주식시장에서 일부 업종의 대형주 집중 현상이 심화됐다"며 "여타 종목들은 관심의 밖에 놓이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같은 양극화 현상이 올 들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수한 경영성과를 보이는 대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극단적인 양극화로 말미암은 쏠림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대형 우량주들의 우선주들조차도 보통주에 비해 높은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추가적인 매력이 있음에도 상대적인 소외 속에 보통주들의 상승률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허 본부장은 "세계 경제와 주식시장의 커다란 변화에 더욱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라며 "이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장기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하지 못한 점은 온전히 그들의 잘못"이라고 다시 한번 고객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