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공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그간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이 대통령의 입장 변화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와 70분간 단독면담을 가졌다. 미치 매코넬 미국 상원 공화당 대표 일행과의 청와대 오찬 간담회 직후 정 전 대표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당시 정 전 대표는 한미 의원외교협의회장 자격으로 행사에 참석했다.
정 전 대표는 이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전술핵무기 재도입만이 북한의 핵을 원천적으로 폐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정부의 신중한 검토를 건의했고, 이에 이 대통령은 ‘공감’을 나타냈다고 정 전 대표의 한 측근의원이 21일 전했다. 그는 “내 주장과 관련해 이 대통령도 전술핵 문제에 공감했다”는 정 전 대표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하기도 했다.
또 다른 측근의원도 같은 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정 전 대표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나타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앞서 정 전 대표는 지난 2월 임시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미국의 핵우산만으로는 북핵을 폐기할 수 없다”면서 “북핵이 폐기되는 순간까지 최소한 전술 핵무기의 재반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국회 국방위원장인 한나라당 원유철, 정옥임 의원도 같은 주장을 펼쳤었다.
답변에 나선 김황식 국무총리는 “6자회담 등 국제적 노력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로 이끈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비핵화 상태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관진 국방부장관도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우리정부 입장은 확고하다”면서 “전술핵 관련해 미국과 논의한 적 없고, 앞으로 논의할 여지도 없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배수진을 친 듯 열심히 해보라”며 최근 차기대권 도전을 선언한 정 전 대표를 격려했다고 측근의원은 전했다. 이 자리에선 한미, 남북관계 등 외교 주요현안과 함께 당내 상황, 재보선 등 폭넓은 주제를 놓고 심도 있는 논의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