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내 車업계, 현대판 음서제도 '눈살'

입력 2011-04-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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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서(蔭敍). 이는 뚜렷한 선발 기준 없이 중신 및 양반의 신분을 우대해 그 친족들을 관리로 발탁하는 고려와 조선시대의 제도다. 만민이 평등한 현재의 눈으로 보면 당연히 과거의 어이없는 제도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과거의 이 ‘어이없는’ 제도가 국내 산업현장에서 부활하고 있다. 그것도 한국 수출을 이끌어가는 자동차업계에서다.

발단은 현대차 노조다. 올 단체교섭안에 신규 직원 채용시 정년 퇴직자와 장기근속자 자녀에게 가산점을 부여, 우선 선발토록 요구하는 내용을 넣겠다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었다.

한 마디로 ‘고용세습’이다. 심각한 취업대란 속에서 높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유명한 현대차 정규직 노조에서 이런 발상이 나왔다는 게 황당할 따름이다.

현대차 노조는 그동안 사업확장, 생산라인 이전 등 경영행위도 사전에 합의를 거치도록 기업에 요구해왔다. 이에 사측은 노조 눈치 때문에 수요가 늘어도 생산량을 늘리는 것에 제약을 받았다. 여기에 노조는 고용세습까지 요구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극심한 이기주의다.

또 현대차 노조는 조합원 범위를 차장급까지 확대할 것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오는 7월 복수노조 허용에 맞춰 기존 노조의 조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요구사항이 끝이 없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라고 항변하고 있다. 마치 아이들이 어떤 잘못을 한 후 “다른 애들도 그랬는데 왜 나만 가지고 그래”라며 투정 부리는 격이다.

실제로 기아차, 한국GM 등 타 완성차 업체의 단체교섭안에도 고용세습 요구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단 현대차 노조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자동차업계에 ‘귀족노조’ 풍토가 만연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자동차업계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도 차가워졌다. 많은 청년 구직자들 역시 허탈해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노조의 이기주의가 어디까지 갈 지 심히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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