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이 갖고 있던 고객정보 수십만건이 해킹당한 데 이어 농협의 전산 장애 사태가 사흘째 이어지는 등 금융권에서 잇따라 사고가 터지자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시민들은 아침 일찍 은행 창구에 들러 통장 잔액을 확인하기도 했고 인터넷 뱅킹을 당분간 이용하지 않겠다거나 아예 사고가 난 금융기관과 거래를 끊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강남구 신사동의 한 슈퍼마켓 주인 이정행(50.여)씨는 14일 오전 거래처에 50만원을 보내려고 가게 근처의 농협중앙회 지점을 직접 찾았다. 평소에는 주로 인터넷 뱅킹으로 돈을 보내지만 농협의 전산장애 소식을 듣고 불안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농협은 돈 거래를 할 때 다른 시중 은행보다 믿음이 가는 편이었지만 이런 상황이 또 발생하면 계속 계좌를 가지고 있어야 할지 다시 생각해보겠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김진영(22.여)씨는 통장에 넣어둔 돈이 잘 있는지 확인해보려고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길에 농협에 들렀다.
스마트폰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자주 이용한다는 김씨는 "앞으로 몇십만원이 넘는 액수를 보내려면 불안해서 직접 은행에 오게 될 것 같다"며 불안해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온라인 뱅킹이 이미 일상화한 만큼 더 큰 사고가 나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회사원 유지현(25)씨는 "불안하긴 하지만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계속 이용하게 된다"며 "갈수록 온라인 뱅킹 사용자가 늘어날텐데 정부나 은행 측이 금융범죄에 대한 대책을 꼼꼼하고 자세하게 세워달라"고 주문했다.
이승연(31)씨도 "인터넷이나 현금인출기가 그나마 안전하다고 느껴 요즘은 스마트폰 뱅킹을 자제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이 서버 보안을 수시로 체크하고 특히 정보가 유출됐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는 시스템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