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으로 세계 자동차 업계가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대지진 특수를 누리는 회사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있는 자동차 도료세정회사 게이지 프로덕츠가 그 주인공이다.
게이지 프로덕츠는 일본에 있는 도료 메이커의 공장이 가동을 멈추면서 눈코 뜰새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업을 중단한 일본 도료 공장은 자동차의 고광택 안료인 '시라릭(Xirallic)'을 독점 생산하는 독일 머크 KGaA 산하의 오나하마 공장.
자동차 업체들은 오나하마 공장이 가동을 멈추면서 일부 도료 사용이 불가능해지자 다른 색상으로 바꾸기 위해 잔여물을 씻어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남아있던 시라릭이 색상 변경 후 도료를 오염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머크의 대변인은 오나하마 공장이 언제 조업을 재개할 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상황은 심각하다.
게이지의 전화통에 불이 나기 시작한 것은 머크의 이같은 발표가 있은 날 부터였다고 WSJ은 전했다.
게이지의 마크 와이즈먼 영업부문 책임자는 “어느 정도 영향이나 부품 부족같은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비극 중에서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고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게이지의 앤디 웰치 비즈니스 매니저는 “여기서 일한지 13년이 넘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게이지의 직원 수는 110명으로 향후 2주간 10건 이상의 작업이 예정돼 있으며 앞으로도 주문이 밀려들 전망이다. 평상시 특수 세정작업은 한 달에 2회가 고작이었다.
현재 게이지의 고객으로는 미국 포드자동차와 크라이슬러그룹, 제너럴모터스(GM), 혼다, 폴크스바겐, 도요타,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 등이다.
앞서 포드와 크라이슬러는 시라릭 공급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포드의 경우 ‘턱시도 블랙’ 색상 차종의 주문 접수를 중단하고 빨강색 계열의 3색 차량의 생산을 제한하는 한편, 크라이슬러는 시라릭을 사용하는 10색의 주문을 모두 제한했다.
게이지에서 도장 기계로 세정하는 비용은 1만~2만5000달러로, 4명의 근로자가 꼬박 5일을 작업해야 한다. 도료 사용양은 2500갤런(약 9500ℓ)나 그 이상이 든다.
게이지는 도장 기계의 세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특수 용제의 생산을 2배 이상으로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