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구제역 가축 매몰지 인근 관정 가운데 상당수의 지하수에서 기준치 이상의 오염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구제역 위기 경보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내리고 구제역 대책을 총괄하고 있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해산할 예정이지만 매몰지발(發) 환경오염 우려는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29일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전국 가축 매몰지 주변 300m 이내에 있는 3000곳 관정의 지하수 수질검사를 벌여 1차 분석한 결과, 143곳에서 음용수 수질 기준 이상의 오염물질이 검출됐다.
환경부는 이에 따라 지하수가 오염된 이들 관정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이용하지 말도록 수질검사 결과를 통보하고, 추가적인 현장 조사와 정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 관정이 오염됐다는 것은 지하수 오염 분석에서 기준으로 삼고 있는 질산성 질소, 암모니아성 질소, 염소이온, 대장균군 등 4개 항목 중 2개 이상 분석치가 동시에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환경부 가축 매몰지 환경관리지침에 따른 것이다.
환경과학원 관계자는 “1차 분석에서 수질이 기준치를 넘어 오염된 것으로 판단되는 관정이 상당수 파악됐다”면서 “이들 관정이 매몰지에서 나온 침출수로 오염됐는지, 아니면 기존 축사에서 나온 폐수로 오염됐는지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당수가 기존 축산폐수로 인한 오염일 가능성이 높지만 침출수로 인한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정밀 분석이 끝나는 대로 가능한 한 빨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침출수로 인한 오염여부 판단이 쉽지 않은데다 기준 자체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이같은 논란은 최근 경기도 이천시 백사면 모전리의 매몰지 주변 지하수 오염 분석에서 비롯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환경부가 제시한 기준이 아닌 가축사체유래물질과 총유기탄소를 기준으로 분석해 침출수로 인한 오염으로 판단했으나, 환경부는 이 분석법이 보완이 필요한 ‘간이 검증법’이라서 침출수 오염여부를 명확히 판단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오염원이 침출수인지 축산폐수인지를 가리기는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명확한 오염원 파악을 위해 기존 방법에 아미노산 분석과 유전자(DNA) 감식 등도 추가해 정밀 분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