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동남권신공항 입지선정 ‘보류설’이 확산되면서 ‘제2의 세종시 파동’을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세종시 파동’으로 충청권에 고립됐던 양상이 또다시 전개될 조짐인 것이다.
정부가 오는 30일 신공항 입지 선정 문제를 마무리하기로 했지만 정치권엔 ‘보류설’이 파다하게 번지고 있다. 대구·경북·경남·울산 등 지역 의원들이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3월 입지선정 약속을 지켜라”라고 거듭 촉구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지난해 세종시 원안을 관철시키면서 박 전 대표는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재차 입증했고, ‘충청’을 얻었으나 차기 대선에서 가장 큰 표밭인 수도권과 등을 지는 고립사태를 겪은 바 있다. 신공항 논란의 장기화하면서 박 전 대표의 최대 지지세력인 ‘영남’ 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제2의 세종시 파동’으로 비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보류설이 현실화될 경우 경남 밀양, 부산 가덕도 유치를 비롯해 ‘원점 재검토’ 여부를 놓고 TK(대구·경북)-PK(부산·경남) 양지역간 첨예한 대립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표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학비즈니스벨트’ 논란과 맞물려, 신공항에 대해 박 전 대표도 선택을 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당 지도부도 박 전 대표가 입장을 내놔야 한다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지난 15일 “대권주자인 박 전 대표가 대구 뿐 아니라 부산에서도, 충청권에서도 표를 받아야 하므로 침묵하고 있는 것 같다”며 박 전 대표를 자극, 입장 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신공항 문제로 TK와 PK가 맞붙고 있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어디를 선택하든 나머지 한 곳으로부터의 반발은 불가피하다. 박 전 대표는 신공항 문제로 영남의 어느 한쪽으로 고립될 경우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서의 ‘확장성’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세종시 파동’과 같이 박 전 대표가 충청과 영남 일부 틀에 갇힐 수 있다는 것.
반면 수도권 중심의 친이계는 반사이익으로 영남 일부를 흡수할 수 있다. 친이계는 ‘박근혜 독주’ 견제와 차기 대선 경선에서 영남지분을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윤희웅 실장은 “박 전 대표의 입장 표명으로 TK·PK가 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면서 “그러한 전략에 따라 박 전 대표의 영남 맹주 지위를 흔드는 역할을 할 수 있고 내년 총선과 대선국면에서 ‘박근혜 영향력’ 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과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