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직장은 옛말…이직은 필수코스”

입력 2011-03-2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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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70% “성공적 생활 위해 필요”…대졸자 최초 연봉 최소 2667만원 원해

한국은 현재 취업대란이다. 취업 준비생들은 매일 새벽 종로나 강남의 유명 어학원을 찾는다. 외국어를 공부하면 취업에 도움이 되겠지 하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어학원엔 취업 준비생 외에도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 더 있다. 이미 회사를 번듯이 다니고 있는 직장인들이다. 이들은 이른 시간에도 외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어학원을 찾는다. 바로 ‘이직 준비생’들이다. 더 좋은 직장, 더 좋은 대우를 받기 위해 새벽부터 펜을 잡는 것이다.

구직 중인 취업 준비생들이 보면 이들의 이런 모습들은 사치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직장인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살기 위해선 이직은 필수코스”라고.

과거와 같은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다. 안정된 직장이 그만큼 희소하다는 의미다. 안정된 직장이라 함은 ‘넉넉한 연봉에 잘릴 일 없는 곳’을 뜻한다. 때문에 직장인들은 조금이라도 더 안정된 직장에서 근무하기 위해 이직을 시도한다. 이젠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 연봉 때문이라도 ‘이직은 필수’

요즘 직장인들도 이직이 ‘필수코스’라는 점에 대해 대체로 인정한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올 초 직장인 6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직장인들의 절반 이상이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위해 이직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총 459명으로 69.8%에 해당하는 수치다.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이직 이유는 뭘까. 남녀 직장인 모두가 첫번째로 꼽은 이유가 있다. 바로 ‘연봉 인상’(57.8%)을 위해서다. 직장인들에겐 가장 현실적인 이유다.

지난해 취업포털 커리어가 대졸 구직자 794명을 대상으로 첫 직장 초임 연봉에 대해 조사한 결과, 구직자들은 최소한 2667만원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차이가 있다. 대부분 중소기업들은 2000만원 안팎으로 초봉을 책정하고 있다. 일부 열악한 곳은 2000만원 이하다. 초봉이 적으면 연차가 올라가도 연봉이 눈에 띄게 올라가기 힘들다. 대기업과 중견 기업 연봉을 제외하면 사측과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연봉 사이엔 괴리감이 크다.

때문에 많은 직장인들은 연봉에 대한 집착이 크다. 연봉이 얼마냐에 따라 대외적인 위치도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이직의 유혹에 직장인들이 쉽게 넘어가는 이유다. 일단 취업을 해서 이직을 통한 연봉 인상을 이루려고 한다.

구로디지털단지 IT업체에서 근무 중인 진모씨(30)는 “재직 중 연봉협상을 해봤자 기껏해 연간 4~5% 내외 인상되는데 이는 물가상승률 정도”라며 “하지만 이직할 경우, 연봉 인상률은 이보다 높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직을 통해 연봉을 높이는 게 더 쉽다”고 말했다.

‘연봉 인상’ 이외 직장인들의 이직을 생각하는 이유로는 △‘업무 영역을 넓히기 위해’(29.0%) △‘인맥을 형성하기 위해’(6.5%) 등이 있었다.

▲자료제공=사람인
◇ 회사 몰래 이직 시도= 대부분 직장인들은 회사에 다니면서 이직을 시도한다. 회사를 아예 관두고 새 직장을 찾는 사람은 흔치 않다. 일종의 ‘보험 심리’ 때문이다.

시청 근처 법무법인에서 일하고 있는 직장인 이모(28) 대리는 최근 다른 회사로부터 면접 제의를 받았다. 예전 취업포털에 올려놓은 이력서를 보고 연락한 것. 마침 이 대리는 현 직장에 불만이 쌓여가는 상태였다. 이 대리는 회사에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월차를 내 면접을 보러 갔다. 현재는 회사를 다니면서 면접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 대리의 사례는 많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말 직장인 1805명을 대상으로 ‘이직을 위해 몰래 입사지원을 한 경험이 있나’라는 설문을 진행한 결과, 79.2%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직장인 10명 중 8명이 경험한 셈이다. 뒤집어 보면 결국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에 직장인들이 만족하지 못한다는 의미도 된다.

2번의 이직 경험이 있는 직장인 송모씨(35)는 “대부분 입사 원서는 그냥 제출하고 면접 제의가 왔을 때에 회사에 친지 제사, 병원 방문 등의 거짓 이유를 대게 된다”며 “이런 식으로 거짓말을 하다 진짜 제사에 못 내려간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직 시도가 가장 많은 직급이 ‘과장’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사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직 경험이 가장 많은 직급은 과장급(90.2%, 중복응답), 대리급(89.9%), 부장급(87%), 임원진(75%), 평사원(73.4%)의 순이었다.

이는 어느 정도 경험이 축적된 과장급들이 가장 이직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반면 평사원들은 이직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는 다른 회사에서 경험이 있는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당장 업무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료제공=사람인
◇ 이직 성공해도 골치 아픈 이유

이직에 성공해도 여전히 문제는 있다. 이직은 대부분 몰래 이뤄지기 때문에 이전 회사와 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견 광고회사에 다니던 최모씨(32)는 더 좋은 회사로의 이직에 성공했다. 하지만 여유 시간을 두지 않고 퇴직을 요청해 회사와 마찰이 생겼다. 회사 입장은 적어도 2~3주일 전에 미리 의사를 전달해야 후임을 뽑을 텐데 너무 갑작스럽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씨가 이직하기로 한 회사에서는 하루빨리 출근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결국 최씨는 이전 직장과 낯을 붉히며 헤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직 후 새로운 직장에서의 ‘텃세’도 골치 아픈 부분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74.8%가 ‘텃세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텃세의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업무자료를 공유 받지 못했다’(47.5%, 복수응답)에서부터 ‘허드렛일 시키기’(33.4%), ‘업무성과 과소평가’(32.1%), ‘뒷담화’(30.4%) 등이었다.

이 때문에 다시 이직을 선택한 직장인도 적지 않았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35.2%의 직장인들이 텃세 때문에 재이직했다. 직장에서의 사람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람인 임민욱 팀장은 “연봉, 복리후생 등의 이유로 이직을 선택하는 직장인들이 많지만, 첫 직장을 구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이직”이라며 “연봉 등의 조건 뿐 아니라 조직문화, 근무환경 등을 꼼꼼히 따져본 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며, 이직한 후에는 신입사원이라는 생각으로 기존 직원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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