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자들이 존경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억만장자 40명이 생전이나 사후에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는 캠페인 소식들이 심심찮게 외신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이 캠페인은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 소프트 사 회장과 버크셔 해셔웨이 회장 워렌 버핏이 주도하는 것으로 2010년부터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다.
그것은 신선하면서도, 낯선 소식이었다. 팔순의 워렌 버핏이 부자들이 많이 가진 것을 내놓는 것은 ‘특권’이라며 다른 억만장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함께 내놓자”고 설득한 것이다. 세계 3번째 부자(2010년 포브스지 선정) 버핏이 부자에 대한 감세 혜택을 중지하라고 대통령에게 요구하고, ‘부자 세금 많이 내기 운동’에 앞장선 것이다.
조지 소로스, 빌 게이츠 시니어, 폴 뉴먼, 테드 터너, 배리 딜러, 로스 페로 등이 세계 부유층들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버핏의 숭고한 생각에 뜻을 같이 했다. 개인자산만 수조 원에 달하는 세계적 부의 상징인 이들은 하와이 마우이 섬의 한 호텔에 모였다. 여기서 이들은 1년이라는 시한을 정하고, 시장만능 자본주의와 기업에 대한 특혜가 사회적 불평등을 가져온 주범이라 지목하고 대기업에 의해 장악된 금권정치를 극복하고 공동체적 가치를 복원하기 위한 ‘대전환 프로젝트’를 발진시킨다.
스스로를 ‘사회개선론자’들이라 부르는 이들은 수천만 미국인들을 괴롭히고 있는 절대빈곤을 폐지하고, 시장을 떠받치는 ‘하부경제’를 강화하며, 오랜 미국의 양당 질서를 뒤흔들고 의회를 개혁하는 일을 추진하고 ‘공익을 위한 입법 의제’들을 밀어붙인다. 이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들의 일차적인 목적이 달성된 뒤에도 이들은 ‘빈곤대국’ 아메리카를 순방하면서 인간 조건의 개선을 위해 매진한다.
때는, 2007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금융위기를 한 해 앞둔 2006년에 벌어진 일이다.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곤두박질치던 미국 경제와 파산당해 집에서 쫓겨나던 미국인들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어리둥절할 것이다. 저자 랄프 네이더의 말처럼 이 책은 ‘허구’가 아니라, ‘실현가능한 유토피아’에 대한 소설적 비전이다. 랄프 네이더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쓴 이 책을 단순히 ‘소설’이라 치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1965년, 31세의 젊은 변호사로 ‘어떤 속도에도 안전하지 않다’는 책을 써서 GM 사장의 사과를 받아냄으로써 일약 컨슈머리즘의 기수로 등장한 네이더는 ‘네이더리즘’이란 용어까지 탄생시킨 미국의 대표적인 시민운동가이다. 그는 시민운동가로서만이 아니라, “소수에서 다수로 권력을 이동시키겠다”며 미국 대통령선거에 네 번이나 출마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이제 팔순에 이른 그가 자신이 현실에서 못다 이룬 꿈을 집대성해 내놓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부자감세 등을 주장하며 친기업 정책만을 지지하는 재벌들에게 노블레스오블리제의 본보기를 제시, 적지않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