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 ‘식중독균 분유’ 파장으로 본 ‘먹을거리 파동’ 그 끝은…

입력 2011-03-09 11:00 수정 2011-03-0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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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안전성 조사발표…법적 소송 끝 기업이 ‘승리’

쓰레기 만두소, 포르말린 통조림, 우지 라면, 낙지머리. 먹거리 파동 때마다 정부가 제품의 안전성과 관련, 성급하거나 잘못된 조사결과 발표로 애꿎은 기업이나 상인들을 멍들게한 단어들이다.

쓰레기 만두소 때문에 한 중소 만두제조업체 사장은 자살을 택했고, 우지라면으로 10여년을 끌어온 소송에서 삼양라면은 승소했지만 시장의 대부분을 경쟁사에게 빼앗겨버린 뒤였다. 최근 매일유업과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식중독균 검출 논쟁으로 잘못된 식품 안전검사의 역사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경찰과 검찰, 식품 위생관련 정부기관이 식품사고로 일방적으로 발표해 기업에 피해를 입힌 대표적인 사례는 199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7월 중국과 태국에서 들여온 번데기와 골뱅이를 포르말린으로 방부처리한 뒤 통조림으로 만들어 판매했다며 검찰은 몇군데 중소 통조림업체를 기소했다. 검찰은 당시 이들 업자들이 번데기나 골뱅이 등 통조림 제품에 부패 방지용으로 쓰이는 포르말린을 첨가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의 문제점은 재판 과정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검찰은 천연상태의 원료에 포르말린 구성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자연 생성될 수 있는 점을 간과했다. 충분한 증거도 확보하지 않고 관련자들을 기소한 셈이 됐다. 검찰이 표본조사한 통조림에서 가장 많이 검출된 포르말린 양도 표고버섯에서 검출되는 양에 훨씬 못미치는 0.19㎎에 불과했다.

이들은 3년을 끌어온 소송에서 상고심에서까지 무죄가 확정됐지만 그동안 언론에 크게 보도되는 등의 여파로 도산에 이르는 등 엄청난 피해를 봤다. 당시 피고인측 한 변호사는 “검찰은 자연산 식품에도 포르말린이 검출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며 “졸속수사로 통조림 제조업체 20~30개가 쓰러졌다”고 말했다.

이보다 10여년 앞서 발생한 ‘우지(牛脂) 라면’ 파동은 라면업계의 판도를 뒤바꿔 놓았다, 1989년 11월 3일 검찰은 삼양라면이 공업용 우지로 라면을 만들었다고 발표했고, 소비자들은 즉각 대대적인 불매운동에 나섰다. 삼양식품이 라면에 비식용 쇠기름을 썼다는 내용이었고, 이로 인해 삼양식품 책임자가 구속됐다.

라면 생산은 중단됐고 시장점유율 60%를 넘었던 삼양라면은 결국 1000여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100억원 이상 되는 시중의 제품은 반품·폐기됐다. 그러나 사건 발생 13일 만인 11월 16일 당시 보사부 장관이 라면 무해판정을 내리면서 불을 껐지만 삼양라면은 이미 부도덕 기업을 낙인찍혔고 빼앗긴 시장은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찾지 못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이 사건과 관련해 8년간의 긴 법정투쟁 끝에 97년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점유율이 10%대로 떨어지는 등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큰 타격을 받은 뒤였다.

사건 발생 10년이 넘어 전중윤 삼양식품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우지파동으로 직원 1000여 명이 회사를 떠났고 서울 도봉동 공장은 3개월 동안 문을 닫는 등 수천억 원대 손해(3000억원 추정)를 가져왔다”며 “이로 인해 60%에 달했 던 시장점유율은 10%대로 곤두박질쳤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21세기에 접어들어도 정부의 막무가내식 식품사고 발표는 중단되지 않았다. 2004년 ‘쓰레기 만두 파동’은 한 업체 사장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2004년 경찰은 “쓰레기로 버려지는 병들고 썩은 무 등이 포함된 폐기처리용 단무지 자투리를 폐 우물물로 세척해 만두소를 만든 뒤, 국내 25개 유명만두 및 식자재 유통업소에 만두 및 야채호빵 등의 재료로 납품해온 악덕업자 6명을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언론들은 앞다투어 ‘쓰레기 만두’로 표현하며 대대적으로 보도해고, 외신도 이를 인용해 한국 만두는 쓰레기라며 비중있게 다뤘다. 일본과 미국 등은 한국산 만두 수입 금지조치까지 내렸다.

업체들은 단무지 자투리가 단무지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상적인 자투리였고 만두소로 가공되면서 삶는 등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고 맞섰다. 실제로 완제품이나 원료, 반제품에 대한 위생검사 결과가 나왔을 때는 업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도 많이 나왔다. 폐 우물물에 대한 수질검사에서 음용수 기준 46개 항목 중 탁도만 1.28도 기준을 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적합판정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이 사건은 국민들에게 혼란만 안겨준 채 기억에서 잊혀지는 듯 했다. 결국 만두 업체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국민보건과 위생상 공익성이 인정된다며 기각시켰다. 결국 ‘쓰레기 만두’ 파동은 상당수 업체를 파산시켰고 한 업체 사장은 자살을 택하는 등 쓰레기 만두소 파장은 너무 컸다.

2010년 낙지머리 사건으로 인해 어민들과 음식점들은 큰 피해를 봤다. 평소 낙지를 즐기던 국민들도 낙지를 먹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큰 혼란을 겪었다.

낙지머리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고 불을 끼얹은 건 서울시였다. 당시 서울시는 주요 유통업체에서 팔리는 연체류 14마리를 수거해 머리와 내장 내 중금속 함유량을 검사한 결과 낙지와 문어 머리에서 카드뮴이 기준치인 ㎏당 2.0㎎이 넘는 양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중국산은 물론 국산 낙지에서도 카드뮴이 기준이 보다 많이 들어있다고 하자 국민들은 불안해했다. 어민들과 상인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서울시 시험 결과는 내장에 국한된 것이라며 통상 문어나 낙지는 몸통 · 발 등 몸 전체를 함께 요리해 먹는 점을 고려할 때 낙지와 문어 섭취에 대한 불필요한 불안이 야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래도 낙지머리는 먹지 않는게 좋다”면서 서울시를 대변했다.

이밖에도 2005년 김치 중금속, 2009년 방사선조사 이유식 등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신중한 검토 없이 실적 위주로 조사 결과를 발표해 사회혼란을 일으킨 사례는 부지기수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중금속 낙지머리 사례를 거울 삼아 중앙행정기관이나 지자체가 식품안전성과 관련된 결과를 발표하는 경우 반드시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사전 협의하도록 하는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매일유업 유제품에서 식중독균이 발견됐다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검사결과와 관련해서도 말이 많다. 검역원은 지난 4일 매일유업의 프리미엄 분유인 ‘앱솔루트 프리미엄 명작 플러스-2’에서 식중독을 유발하는 황색포도상구균이 검출됐다는 검사결과를 전격 발표했다. 검역원은 검사결과를 발표하기 하루 전에 매일유업에 통보하는 절차만을 겨쳤다고 한다. 매일유업은 자체 검사나 외부 기관에 검사를 맡겼으나 이상이 없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이번 사태가 자칫 회사의 사활을 논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법적 대응까지 고려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분유에서 세균 검출은 간혹 나오는 일이었지만 이번에 식중독균 검출은 소비자들에게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며 “매일유업이 일방적인 정부 발표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매일유업은 식중독균 검출 발표 이후 해당 기간에 생산된 제품을 환불·교환해주고 있으며 외부 공인기관 10곳에 재조사를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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