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자기계발', 시간에 쫒기고, 돈에 쪼들리고

입력 2011-03-0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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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풍족한 대기업 비해 중소기업 근로자 지원 어려워

#1. 모 중소 식품유통업체에 입사한 지 2년 째인 직장인 최선하씨(28)는 영어회화 배우기와 토익 점수 올리기를 올해 목표로 세웠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가 적성에 맞지 않아 향후 다른 직장으로 옮기기 위해서다.

최씨는 현재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 ‘영어’라고 판단, 올들어 어학원에 등록을 하고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1월 한 달간 약 3~4번 밖에 학원에 가지 못했다. 회사에서 맡고 있는 일이 너무 많아 몸을 빼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공휴일에도 회사에 나가 밤늦게까지 근무할 정도다.

최씨는 경제적 여건 때문에 바로 직장을 그만 둘 수도 없는 처지다. 결국 최씨는 3월들어 어학원 등록을 포기했다. 이렇게 최씨의 2011년 자기계발 계획은 또다시 수포로 돌아갔다. 최씨에게 ‘자기계발’은 또 하나의 부담이다.

#2. 취업 1년차인 사회초년생 서병규씨(29)는 욕심이 많다. 외국어 공부는 물론이고, 해당 분야의 전문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 의지 자체는 충만하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바로 ‘돈’이다. 1년차인 서씨는 모아둔 돈이 없을 뿐더러 지방에서 상경한 터라 집세 등으로 생활비로 많은 돈이 지출된다.

여기에 회사 규모도 작아 아직까지 연봉이 2000만원이 채 안된다. 집세를 포함한 서씨의 한 달 생활비는 최소 80만원 정도다. 적금 및 보험료 등으로 빠져나가는 돈까지 포함하면 한 달 생활이 빠듯하다. 서씨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힘든 ‘하루살이’ 직장인이다. ‘자기계발’은 서씨에게 사치일 뿐이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2011년 ‘신묘년’에 가장 이루고픈 일은 무엇일까. 바로 ‘자기계발’이다. 꾸준한 자기계발을 통해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자기계발 매년 계획하지만 달성률은 10% 미만

취업포털 커리어가 지난해 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기계발은 새해를 맞는 직장인들의 목표 1호다. 설문문항에 외국어 공부, 다이어트 등의 답변이 따로 분류돼 있었음을 감안하면 실제 자기계발을 목표한 직장인들의 수는 더 증가하는 셈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기계발은 지난해에도 직장인들의 새해 목표 중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자기계발의 인기에 비해 달성률은 저조한 편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기계발 목표를 10%도 채 달성하지 못했다는 직장인들이 가장 많았다. 작심삼일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직장인들의 자기계발에 가장 방해가 되는 요소로는 △게으름 △경제적 여건 △시간적 여유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이 중 ‘게으름’을 제외한 경제적 여건과 시간적 여유 문제는 직장인들 공통으로 느끼는 ‘외적’ 장애 요소들이다. 앞서 언급했던 직장인 최씨와 서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각각 직장 업무에 따른 부족한 시간적 여유, 경제적 여건이 문제가 됐다.

◇중소기업 직장인들, 시간 및 경제적 여유 없어 ‘고민’

국내 대기업들은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현대·기아러닝센터’를 통해 직원들에게 어학강좌, 직무강좌, 온라인 MBA강좌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3만 여명의 직원들이 수강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뿐만 아니라 ‘KH 어학당’도 운영, 직원들에게 화상어학, 전화어학 등을 통해 영어, 중국어, 일어 등 다양한 외국어 강좌를 실시하고 있다.

삼성 에스원은 직원들을 선발해 일본과 중국 등으로 보내 선진화된 시스템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여기에 축구, 등산, 낚시 등 각종 관심 분야 동호회에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자기계발을 외국어 공부 등으로 한정하지 않고 취미 분야까지 확대 적용한다.

이처럼 대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은 사측의 풍족한 지원으로 인해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자기계발을 비교적 쉽게 실천할 수 있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은 자사 근로자들을 지원할 여력이 부족하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대다수 직장인들이 자기계발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는 이런 고민을 안고 있는 직장인들을 위해 노동부를 통해 교육비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고용보험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정부 교육비 지원은 크게 ‘개인수강금 지원제도’와 ‘비정규직 근로자를 위한 근로자 능력 개발 카드제’로 나뉜다. 하지만 지원 범위와 방식에 아직까지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직장인 이수연씨(28)는 “교육업체에 따라 교육비 정부 지원 비율도 각양각색이고, 다양한 분야의 자기계발 분야에 지원이 필요한데, 영어 및 자격증 등으로 너무 한정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IT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조만규씨(32)도 "교육비 지원이 노동부 지정 교육업체에만 한정돼 있는 것도 조금 아쉽다"면서 "예산 문제로 어려움이 있다는 건 이해하지만 조금 더 직장인들의 입장에서 사업을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들어 정부와 일부 기업들이 근로자 교육 지원을 늘리곤 있지만 자기계발에 대한 직장인들의 고민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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