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회장은 지난 24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정기총회에서 제 33대 회장으로 선출된 뒤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평소 ‘재계의 신사로 불릴 정도로 말을 아껴왔던 허 회장이 재계의 현안에 대해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신의를 무엇보다 중요시해 약속이 있으면 꼭 정해진 시간보다 5~10분 일찍 도착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허 회장은 이날 전경련 총회에도 정해진 시간 보다 일찍 도착했다.
허 회장은 이날 총회에서 취임사를 통해 “자유시장 경제의 창달과 국민경제의 발전이라는 전경련의 존립 가치를 실현하는데 회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기적의 50년을 넘어 희망의 100년으로 가는 길을 열고자 경제의 글로벌화에 앞장서고 국가적 과제를 정부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허 최장은 총회에 이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열심히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전경련과 대기업의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겠다”며 전경련의 역할도 재정립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동반성장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대기업 압박에 대해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을) 만나서 우리 의견을 충분히 전달하겠다”고 답했다.
정부가 기름값과 통신비 등을 내리라고 기업들을 몰아붙이는 것에 대해 허 회장은 “정부가 국민을 위해 물가 안정은 중요하다”며 “내가 관료라 하더라도 그렇게 (압박을) 할 것”이라며 정부의 고민을 이해하고 있다는 뜻을 비쳤다.
그러나 허 회장은 “정부에 협조할 것은 협조하되 기업의 애로점은 이해해 달라고 건의하겠다”며 재계 대표로서의 역할에도 소홀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허 회장은 대정부 관계에 대해 “경제계는 정부를 설득할 건 설득하고 정부 의견이 좋은 것이 있으면 받아들이는 자세로 일하겠다”며 “국민들의 요구와 전경련의 기대치를 살펴 경제발전을 위해 잘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 수장으로서 재계의 단합을 위해 ‘설득의 리더십’을 강조한 셈이다.
허창수 회장은 25일 재외공관장과 수출기업의 해외시장 개척, 해외 플랜트 수주 활동을 격려하는 것으로 첫 번째 공식활동으로 시작했다.
한편 이날 총회에는 허창수 신임 회장을 비롯해 조석래 회장, 강신호 회장, 손길승 회장, 박용현 회장, 박영주 회장, 김윤 회장 등 회장단과 회원기업 대표 200여명이 참석했으며 삼성, 현대차, LG, SK 등 4대 그룹 총수는 다른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총회에서는 또 조석래 효성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조 회장은 이임사에서 “전경련 회장으로 일한 4년 동안 회원사와 회장단, 고문단 등의 도움으로 전경련과 재계 발전에 힘을 보탤 수 있었다”면서 “오늘날 어려움에 처한 경제 상황에서 국가경쟁력을 키워야만 선진 경제국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