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강국]‘다양성 존중’ 기업문화 글로벌 인재 키운다

입력 2011-02-22 12:09 수정 2011-02-2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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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들이 인재확보를 위해 직접 교육에 나서는 등 다양한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한화그룹이 지난해 실시한 신입사원 연수 모습.(사진=한화그룹 제공)
“인재를 확보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소요하고 있다. 세계화 시대에 기업의 성공열쇠는 얼마나 좋은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성장해나가고 있는 제너시스 윤홍근 회장이 한 말이다.

윤 회장의 말처럼 기업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인재양성은 어느 기업에게나 중요한 화두가 됐다. 기업의 니즈는 나날이 커지는 반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많은 사람을 채용한다고 해도 그들이 사업에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면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며 “인재는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이고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줄어든 인력 투자= 오늘날 인재양성의 현주소는 기업의 인식과 다른 모습이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키워내기 어려운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상 기업이 직접 인재양성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인적자원 투자를 오히려 줄이는 반대의 현상이 나타났고 있다.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전체 기업(10인 이상 기업)의 노동비용총액 중 고용훈련비는 1996년 2.1%에 달했지만 2003년 1.5%로 줄었다. 지난 2008년엔 0.8%까지 줄어들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2%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교육투자에 대한 부담을 덜기위해 신입사원을 뽑기보다 이미 훈련이 된 경력직이나 임시직 등을 쓰고 있다. 장기적으로 인재 육성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 몇처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당장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하다보니 인력 투자를 줄일 수 밖에 없었다는 게 기업들의 설명이다.

최근 2~3년간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찾기 위해서는 인재양성에 기업이 나설 수 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기업의 투자가 늘고 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조범상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주도해 온 베이비붐 세대가 향후 10년 동안 모두 은퇴하고 포스트 베이비붐 세대가 등장하면서 인재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등장할 것”이라며 “기업이 인재양성과 핵심 인재 포섭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성 인정되는 기업문화 필요= 기업이 인재양성을 위해 투자를 늘리는 것과 함께 무엇보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기업문화가 필요하다. 인재육성에서 강조되고 있는 ‘창의성’ 역시 다양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요즘 기업엔 세대와 성별이 다르고 인종과 국가가 다른 온갖 인재들이 섞여서 일한다”며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기업이 필요한 핵심인력을 키우기 위해선 다양성을 인정하고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일부 기업에는 최고다양성책임자(Chief Diversity Officerr·CDO)라는 별난 직함도 생겨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몰라도 CDO는 생소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올해 포천(Fortune) 선정 미국 500대 기업 중 63%가 CDO를 두고 있을 정도다.

예컨대 LG전자의 경우 지난 2007년 말부터 최고 보직 임원(부사장급)에 외국인을 스카우트 했지만 만 3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났다. LG전자는 당시 “외국인 임원제도가 필요한 만큼 성과를 냈고 이젠 우리 스스로도 그만한 역량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LG 안팎에서는 ‘인적 다양성’을 수용할 수 없는 조직·문화적 토대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만 데려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대기업에 영입된 최초의 외국인 여성 임원 가운데 한 사람인 전 SK그룹 상무 린다 마이어스씨는 “한국 기업은 다양성 문제에서 너무 보수적이고 변화에 느리다”고 평가했다.

또 우리나라 기업의 다양성 문제는 현연, 학연, 지연 등 다른 나라 기업에서 찾아볼 수 없는 반다양성 유전자 역심 심각하다. 대우그룹은 경기고·연세대 출신이 많았던 반면 삼성은 구성원이 훨씬 다양했는데 그러한 다양성의 차이가 대우와 삼성의 운명을 갈랐다고 보는 학자들도 많다.

조영 엔트롭 J 인베스트먼트그룹 대표는 “기업들이 진정한 글로벌 최고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세계최고의 인재들이 모여들게 해야 하지만 다양성문화의 정착 없이는 어렵다”며 “구성원의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내문화를 조성해 조직과 직원의 만족도와 창의성을 높이면 이는 곧 회사의 경쟁력을 키우는 길”이라고 밝혔다.

◇인재양성 기업이 나서야= 기업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고 인재를 얼마나 확보하고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판도가 달라진다.

결국 기업이 나서야 한다. 정부가 인재양성을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투자를 늘려도 기업이 냉랭한 반응을 보이면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얻을 수 없다. 기업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은 이유다.

한 대기업 임원은 “이제 기업들이 반성하고 인재양성을 위해 새 출발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인재에 대한 투자가 가장 확실한 투자라는 인식을 갖고 기업이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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