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꽁꽁 닫힌 지갑을 열고 있다.
미국 500대 기업의 지난해 4분기 보유 현금이 전분기의 2조4600억달러에서 2조4000억달러(약 2680조원)로 줄어 지난 2009년 중반 이후 첫 감소세를 보였다고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같은 기간 500대 기업의 설비투자는 전분기 대비 223억달러 늘어나 지난 2004년 4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시스템즈와 거대 복합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 음료업체 코카콜라 등 업종을 대표하는 기업들은 공장 신설과 유통망 확대, 연구개발(R&D) 부문 강화 등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시스코는 지난해 하반기 설비투자액이 총 3억2600만달러에 달해 2008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GE는 올해 연구개발(R&D) 비용으로 60억달러를 책정했다.
존 라이스 GE 부회장은 “우리는 지난 2009년 이후 미국에 6300개 이상의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했다”면서 “미국과 해외에서 동시에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코카콜라는 지난해 4분기 현금보유액이 113억달러로 전분기 대비 15% 줄었고 설비투자액은 8억8000만달러로 2배 늘었다.
매출 기준 미국 최대 철강업체인 뉴코(Nucor)는 지난해 9월 루이지애나주에 제철소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제철소 설립에 7억5000만달러를 투입한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지출을 늘리기 시작했다.
레스토랑 체인인 버팔로와일드윙스는 올해 100개 이상의 매장을 열고 5500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이다.
샐리 스미스 버팔로 최고경영자(CEO)는 “회사의 올해 설비투자액을 1억2000만달러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버팔로의 지난해 설비투자액은 7340만달러였다.
기업들은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인하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미국의 법인세율은 35%로 선진국 중 최고 수준이다.
식품업체 사라 리의 메르첼 스미스 CEO는 “기업 투자를 늘리는 한 방법은 법인세율을 낮추는 것”이라며 “유럽에서는 각국이 앞다퉈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