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이 시행된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투자자보호가 강화되면서 불완전 판매 잡음은 잦아들었고 SPAC, FX트레이딩 등 다양한 신상품 도입으로 투자자들의 투자 범위는 한층 넓어졌다.
그러나 정작 업계는 신통치 않은 반응이다. 시장 진입의 물꼬가 터지면서 신사업 진출 기회는 많아졌지만 각종 규제로 인해 사업진행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다.
단적인 예로 '적격투자자대상 사모펀드 제도'를 꼽을 수 있다. 이 제도는 기업구조조정 지원과 활성화를 위해 펀드재산의 50% 이상을 구조개선 기업에 투자토록 한 제도다. 차입보증 한도가 기존 10%에서 300%로 대폭 확대돼 헤지펀드 본격 도입을 위한 단초를 마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매우 제한적인 형태의 헤지펀드만 만들수 있게 돼 증권사들의 프라임 브로커리지 사업이 활성화되는데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SPAC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해 말 금융당국은 우회상장시 합병가액이 과대 포장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합병가액 산정방법 개선을 위한 시행세칙 개정안'을 시행했다. 이 개정안에는 자본환원율이 최소 10% 이상 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자본환원율은 비상장기업의 미래 추정이익을 현재 가치로 계산하기 위해 활용되는 할인율이다.
할일율이 적용돼 기업가치가 하향 조정되면 합병가액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물론 합병을 원하는 비상장회사들의 수요 역시 줄어들 것이다. 게다가 상장돼 있는 스팩이 20여개에 달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자칫 공급과다로 비춰질 수 있다.
이에 자본시장법 시행 이전부터 인력, 네트워크, 시스템 등 관련 인프라를 준비해 온 증권사들은 속만 애태우고 있다. 최근 기자가 만난 한 IB담당 임원은 "당국의 눈치에 반항(?) 은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다"고 말한다.
물론 자본시장법 시행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맞물리다보니 그 효과를 논하기에는 다소 이른감 이른 감이 있다. 금융당국 역시 '확장'과 '안정'의 조율 과정 속에서 규제강화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진정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IB들이 인력 확충 및 해외진출 등을 실시하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보다 현실적인 방안 마련이 절실한 때이다. 최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자본시장법을 시장 주도로 전면 개편해 혁명적 빅뱅이 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다. 금융당국은 단순 논리를 벗어나 업계의 목소리에 더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