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를 확보하고 개발하는 것은 금을 캐는 것과 같다.”
처세술의 대가로 손꼽히는 데일 카네기는 인재경영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역설했다. 금광에서 1온스(약 28g)의 금을 얻기 위해 수많은 흙을 파내야 하는 것처럼 한 사람의 인재를 얻기 위해선 적지 않은 투자와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재경영이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적합한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해 경영 전략에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복합기업 제너럴 일렉트릭(GE)과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가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각광받게 된 것도 인재경영을 우선시한 전략이 통했기 때문이다.
GE는 1900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산업용 연구개발시설을 뉴욕에 설립하고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 수천 개의 특허와 1932년과 1973년 두 차례에 걸쳐 노벨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현재 GE는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힘’을 모토로 항공기 엔진에서부터 발전과 금융서비스, 수처리, 의료 영상기기, 미디어 컨텐츠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에서 다각적인 사업을 전개하는 대표적인 다국적 기업이다.
GE가 이처럼 세계적인 기업으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데는 ‘경영의 달인’,‘세기의 경영인’으로 불리는 잭 웰치 전 최고경영자(CEO)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웰치는 1981년 45세의 최연소로 GE 회장에 올라 2001년 9월 제프리 이멜트에게 회장 자리를 물려주기 전까지 1700건이 넘는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다. “고쳐라 매각하라, 아니면 폐쇄하라”는 경영 전략을 구사해 언론으로부터 ‘중성자탄 잭(Neutron Jack)’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미국 크로톤빌에 있는 ‘존 F. 웰치 리더십 개발연구소’는 세계 최초의 기업 내 교육시설로, 회사의 성장력과 경쟁력을 세계적으로 높이기 위한 배움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전무 시절인 2002년, 외부 기업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고위급 임원 대상 리더십 교육 과정인 EDC(Executive Development Course)에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이곳은 1956년부터 리더십 교육의 핵심으로 자리를 굳히고, GE의 가치와 책임 강화, 최고의 훈련 공유, 계층을 초월한 교류 등 다양한 훈련이 실시된다.
목표관리(MBO)와 스왓(SWOT) 분석, 전략계획 등 GE가 개발한 경영기법들은 모두 이곳에서 나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장 내 교육이 형식에 그치지 않고 실무에 즉각 반영됨에 따라 직원의 사기 고양과 조직의 시간과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GE는 인재교육에 금전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GE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일부 사업부문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연간 10억달러에 달하는 교육 비용과 참가자를 줄이지 않았다. 어려움에 처하면 교육 관련 투자를 가장 먼저 줄이는 대부분의 기업들과 차별되는 부분이다.
이멜트 회장은 “GE의 유산은 지속적인 배움과 재발명을 기초로 세워졌다”면서 “크로톤빌은 오늘과 내일의 리더들의 그들의 팀과 고객과 세계를 위한 해법을 창조할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에너지”라고 평가했다.
‘더 도요타 웨이’의 저자인 제프리 라이커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도요타의 경쟁력의 원천은 ‘도요타 웨이’에 있다고 강조했다. 인간 존중과 지속적인 카이젠(改善, 개선)을 핵심 가치로 내건 기업 문화가 도요타의 경쟁력을 받쳐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세계 유수의 제조업체들이 도요타를 벤치마켓 대상으로 삼는 이유다.
카이젠은 지속적으로 품질 개선을 추구한다는 의미로, 직원의 능력과 개성을 중시하는 도요타의 독자적인 경영방식이다.
“마른 수건이라도 계속 짜면 물이 나온다”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 날마다 조금씩 아이디어를 짜내면 계속해서 좋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거대한 생산 시스템 하에서 직원을 부품처럼 다루던 미국 자동차 포드와는 차별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도요타는 이처럼 지속적인 카이젠 활동을 실현하기 위한 유일한 자원을 인재로 보고 있다. 직원 교육에 거액의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는 투자를 하면 할수록 더 많고 좋은 아이디어가 나와 큰 상승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
도요타는 고용한 직원이 25~30년 간은 근무할 것으로 보고 장기적인 시각으로 직원의 성장을 지켜본다. 엔지니어의 경우 최소 2~3년은 트레이닝에 집중시킨다. 해당 엔지니어가 25~30년간 일할 것을 예상하면 가치있는 투자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한 회사에서 고작 3~4년 일하고 전직하는 하는 것이 일반적인 미국 기업 현실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 기업들은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충분한 교육을 받고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한다. 도요타처럼 장기적으로 인재에 투자했을 경우 직원이 조기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회사 입장에서 엔지니어에 대한 투자는 낭비가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충분한 트레이닝을 받지 못함은 물론 도요타처럼 장기적인 관점으로 인재를 육성하는 시스템을 기대하기 어렵다.
라이커스 교수는 “도요타 웨이, 카이젠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과정”이라며 “미국과 유럽 기업에는 없는 기업문화”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것이 도요타가 위기를 극복해 나아가는 힘이자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