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에서 제2의 그리스가 속출하면서 유럽 재정위기가 일촉즉발의 사태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그리스에 이어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이 위험 수위에 달한 재정적자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역내 국가들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확실시되면서 진정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리스는 15일(현지시간) 올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9.4%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지원받은 11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 상환 일정을 연기할 뜻을 시사했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총리는 지난 13일 발간된 그리스 일간 '프로토 테마'에 실린 인터뷰에서 "구제금융 상환 일정을 연기하는 방안이 이미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고 밝혔다. 게오르기오스 파파콘스탄티누 그리스 재무장관도 상환 일정 연기에 관한 비공식적 논의가 있었다고 지난달 밝힌 바 있다.
그리스의 구제금융 상환 일정 연기는 재정적자 삭감이 순탄치만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스는 지난 5월 유로존과 IMF로부터 11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하면서 재정적자를 GDP의 8.1%로 낮추기로 한 바 있다.
그러나 그리스 정부는 올해 국가부채가 GDP의 144%, 재정적자는 9.4%로 예상된다면서 애초 약속에서 한참 벗어났음을 인정했다.
제2의 그리스로 유력시되고 있는 아일랜드도 구제금융 수용이 임박했다는 관측이다.
빅토르 콘스탄치오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는 15일 아일랜드가 유럽안정기금(EFSF)의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콘스탄치오 부총재는 "아일랜드가 역내 다른 국가에 더 이상 악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압력에 따라 자국 은행들을 지원하기 위해 EFSF의 문을 두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아일랜드 재무부 대변인도 전날 이메일을 통해 "현재 시장 상황에 대해 EU와 논의 중"이라면서 구제금융 수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 동안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아일랜드에 17일로 예정된 EU 재무장관 회의 전 구제금융을 신청하도록 종용해왔다.
아일랜드 정부는 내년 중반까지 채권 시장에서 추가로 자금을 조달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불확실성으로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백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페인 등 재정적자 문제로 고민하는 다른 유럽 국가들마저 어려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주 아일랜드의 국채 수익률이 치솟으면서 포르투갈,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국가들의 국채 수익률도 덩달아 올랐다. 유로존 전체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포르투갈 역시 역내 신용 불안을 우려해 구제금융을 신청할 전망이다.
포르투갈의 페르난도 도스 산토스 재무장관은 15일 "포르투갈이 EU 등에 긴급 금융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산토스 재무장관은 "타국의 신용 불안이 파급해 국채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 구제금융 지원 요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의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에 시장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재정적자국의 국채 가격은 안정세를 보였다.
15일 5시 현재 아일랜드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전날보다 21bp(1bp=0.01%) 하락한 8.15%로 9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독일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주 대비 5bp 상승한 2.57%를 기록, 한때는 2.58%에 달해 10월 28일 이래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