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회계자료 오류 해프닝 연속...'넋나간' 금감원

NH증권 정정공시 회계준칙 잘 몰라...흥국생명 계열사 부당지원엔 변명 급급

금융감독원이 통계와 회계자료에 대한 관리감독이 소홀해 도마에 올랐다. 또한 최근 제기되고 있는 흥국생명 검사 부실 지적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내놓아 구설수에 휘말렸다.

금감원은 지난 3월 ‘2009년 중 코스닥회사의 최대주주 변경 실태분석’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코스닥업체 가운데 최대주주 변경 공시는 187개 회사, 300건이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를 통해 확인한 자료에는 214개 회사, 348건으로 27개사, 48개의 공시건수 차이가 나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금융감독원은 1회 변경 124사, 2회 38사, 3회 이상이 25사라고 발표한 반면 거래소는 1회 140사, 2회 43사, 3회 이상 31사로 통계를 냈다. 거래소와 금감원은 모두 전자공시시스템을 기반으로 통계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거래소측은 1월 5일부터 12월 30일까지 최대주주 변경 공시 날짜와 시간, 업체명과 상장폐지 여부까지 표기해 기존의 공정 공시시스템에서 하나하나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금감원의 통계가 틀렸을 경우 이날 함께 발표한 최대주주 변경회사의 지분율, 변경 방식, 횡령발생 등의 퍼센트 수치는 다 틀릴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구체적인 자료를 줄 수 없으며 보도자료로 배포한 내용이 틀릴 수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또 이 관계자는 "(거래소와 다른 수치가 나온)이유는 잘 모르겠다"며 오히려 "거래소의 자료를 넘겨달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또한 최근 NH투자증권이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정정 공시를 내는데 일조(?)했다.

NH투자증권은 올 1분기(3월~6월) 분기보고서 중 매출과 비용이 잘못 기재됐다고 정정 공시를 냈다. 이는 지난 8월 금감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분기보고서다.

NH투자증권은 지난 8월 올 1분기 매출과 영업비용을 각각 2747억원과 2513억원으로 공시했다. 하지만 두달이 지난 후회계준칙을 지키지 못해 분기보고서상 영업수익과 비용이 잘못됐다며 각각 1917억원과 1683억원으로 수정했다. 그러나 NH투자증권은 다시 한 달만에 수정한 내용을 고쳤다. 이번에는 2709억원과 2475억원이라고 밝혔다.

NH투자증권측은 "지난 10월 정정공시가 나왔던 것은 계산적 차이로 인한 '기재오류'가 발생해 다시 정정한 것이다"며 "하지만 회계법인과 함께 검토해본 결과 다시 수정공시를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부문에서도 평가차손을 계산하면서 금액차이가 37억원가량 발생했다. 문제는 금융감독원이 금융기관의 회계검사를 철저히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업무를 간과했다는 점이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태광그룹 계열사 흥국생명의 계열사 부당 내부지원 의혹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역할도 도마에 올랐다. 이는 금감원이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사항도 파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태광그룹 계열사 동림관광개발에 골프장 회원권 명목으로 납입된 입회예수금에 대한 이자지급 계약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림관광개발 재무제표에는 이자 지급 사항이 대부분 표기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들이 입회예수금 명목으로 무이자 단기차입금을 빌려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본지가 태광그룹 소속 회사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계열사인 이채널과 티브로드폭스코리아는 지난 2008년 동림관광개발에 각각 22억원을 투자하면서 연 5.22%의 이자를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티브로드기남방송도 66억원의 입회예수금에 대해 연 5.22%의 이자계약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흥국생명이 이자 명목을 통해 높은 시세로 회원권을 사전에 매입해 골프장 건설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흥국생명은 2008년 6월에 동림관광개발 골프장 회원권 매입을 했고 2009년 3월 종합검사를 하면서 들여다봤다"며 "검사 당시에는 주변시세와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으며 알고도 덮은 것이 아니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