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생존에 결정적 위기를 맞이했지만 위기를 오히려 잘 활용해 새롭게 도약한 기업들이 많다.
애플은 지난 1996년과 1997년에 순손실이 각각 13억8300만달러(약 1조6050억원)와 10억7000만달러에 달해 파산위기에 몰렸지만 스티브 잡스 설립자가 회사에 복귀한 이후 아이팟의 대성공으로 부활에 성공했다.
애플은 현재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IT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을 내놓으면서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애플의 주가는 지난 5년간 428% 급등했고 같은 기간 순이익은 연 평균 59% 이상 증가했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현재 엑슨모빌과 페트로차이나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LG경제연구소는 애플의 성공요인으로 기술집착증에서 벗어나 고객지향적 가치를 추구하고 과거의 폐쇄주의적 태도에서 벗어나 외부와의 협력을 추구하고 자사의 사업영역을 PC에서 디지털허브로 확대한 것 등을 들었다.
즉 애플은 과거 성공을 거뒀던 요소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혁신을 추구해 위기를 극복했다 할 수 있겠다.
아이팟은 애플의 이전 제품과 달리 혁신적이고 새로운 제품은 아니다. 이미 아이팟 이전에 한국의 MP3플레이어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애플은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 디자인을 개발하고 아이튠즈 스토어를 열어 소비자들이 손쉽게 음악을 내려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고객지향적 가치로 시장에 접근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성공도 애플이 앱스토어를 개방적인 체제로 만들면서 경쟁사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어플리케이션을 확보하게 된 것이 컸다.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따른 위기요인에 대처하기 위한 시나리오 경영으로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살린 기업들도 있다.
시나리오 경영은 TV 드라마나 영화처럼 발생 가능한 미래의 위기 상황에 대해 각각의 경우의 수를 고려해 이에 대한 대처방안이 담긴 시나리오를 미리 세워 놓아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경영기법이다.
영국의 정유업체 로열더치쉘은 시나리오 경영을 거의 제일 처음 도입한 기업이다.
로얄더치쉘은 발생 가능한 위기 상황을 정리하고 브랜드 가치 및 고객 등 회사의 정확한 가치를 파악한 후 상황별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전략을 세웠다.
다양한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 방안을 시나리오별로 확립했기 때문에 73년 오일쇼크와 83년의 유가파동을 모두 예측해 세계적인 정유회사로 발전할 수 있었다.
마케팅의 대가인 필립 코틀러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카오틱스’라는 저서에서 “예측 불가능한 경제상황에서는 그에 맞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위기를 예측하는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예측 가능한 상황별 핵심 시나리오를 구성한 후 최적의 전략을 선택하는 3단계 카오틱스 모델을 제시했다.
1930년대 미국의 한 보험회사에서 관리감독관으로 근무하던 H. 하인리히는 5000건의 노동재해를 분석한 결과 1건의 대형사고 전에 29건의 작은 사고가 있었고 그 이전에는 같은 사고를 낳을 뻔한 300개의 징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1:29:300이라는 ‘하인리히 법칙’을 만들었다.
사상 최악의 원유 유출 사태인 BP의 멕시코만 기름 유출에서도 회사는 사고 수주 전에 이미 시설에 결함이 있었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비용 및 시간 절감 이유로 이를 무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에 대한 대비도 위기경영에 꼭 필요한 요소다. 워런 버핏은 “자본주의 속성상 경기침체는 주기적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미 글로벌 경제는 지난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및 올해 유럽 재정위기 등 불과 3년의 시간 동안 결정적 위기를 3차례나 맞이했고 더블딥(이중침체)에 대한 불안감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는 기업이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현 위치를 점검하고 그에 따라 전략을 정립하고 현금흐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매출을 확대하기 위해 핵심 세일즈 포인트를 찾을 것을 조언했다.
즉 자신에 대한 파악을 철저히 한 후 경기침체를 헤쳐나가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고 회사의 강점을 살린 전략을 실행하는 것이 베인앤컴퍼니의 경기침체 극복전략이라 할 수 있겠다.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 인텔은 지난 2001년 경기침체기에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AMD의 추격을 뿌리친 바 있다.
경기침체로 AMD가 신제품 설비투자를 못하고 있는 동안 인텔은 그 동안 축적했던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생산설비를 확충하고 신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광고캠페인을 벌이는 등 적극적인 전략을 펼쳐 시장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경기침체 시기에 오히려 연구개발(R&D) 등 투자를 확대하는 역발상 경영으로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킨 기업들도 많다.
일본 섬유업체인 도레이는 1987~92년 섬유산업 호황기에는 인원 증원 및 설비시설 확대 등 투자를 자제하고 1993년 섬유업계 불황으로 다른 회사들이 생산을 줄일 때 오히려 생산을 늘려 섬유업체 1위를 탈환했다.
한국의 LCD산업은 지난 1998년 LCD산업이 공급과잉으로 불황을 겪을 때 오히려 4세대 생산라인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는 등 적극적 대처로 일본과 대만업체를 따돌리고 세계 1위로 올라설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