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G2로 도약한 중국이 일본을 압도하고 있다. 두자릿수의 성장에 힘입어 경제 규모가 일본을 앞지르면서 명실상부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될 전망이다. 반면 '잃어버린 10년'을 뒤로하고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일본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양국 경제의 현황과 심화하는 경쟁 양상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中 경제, 日 추월해 세계 2위 올라선다
② 뒷걸음질치는 일본 경제.. 탈출구는 없나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을 향해 서서히 후진하고 있다.
16일 오전 발표된 지난 1분기(4~6월)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0.1%, 연율로는 0.4%를 기록했다.
GDP 규모는 1조2880억달러로 같은 기간 중국의 1조3390억달러보다 510억달러 낮았다.
아직 개발도상에 있는 중국 경제가 세계 2위 경제규모를 지켜온 일본 경제를 올해 추월할 것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를 확인시킨 셈이다.
이처럼 경제 성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 불안에 따른 엔고 압력까지 더해져 방향키를 잃은 간 나오토 정부는 운신의 폭이 계속 좁아지고 있다.
간 총리는 지난 3일 중의원 예산 위원회에서 현재 경기 판단에 대해 “일정한 개선은 보이고 있다”면서도 “어떠한 대응이 필요한지 검토해야 하는 시기에 와있다”고 언급해 추가 경기부양책을 검토할 뜻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주 초 간 총리와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리가 엔화 강세 문제와 관련해 긴급 회동을 가질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주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이 급격한 엔화 강세와 관련해 “무질서한 움직임은 금융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일본은행과) 긴밀히 제휴해 나가고 싶다”는 발언에 근거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84엔대까지 치솟으며 지난해 11월 두바이 쇼크 당시의 위기를 방불케 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당시 기준금리를 0.1%로 동결하고 기준금리로 3개월물 자금을 국채,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및 적격대출 등을 담보로 해 10조엔을 공급키로 한 바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이를 계기로 엔화가 하락 반전해 1주일 후에는 90엔대로 떨어졌다.
바클레이스 캐피털 증권의 모리타 교헤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침체의 시작인지, 건전한 조정인지를 판별하자면 연율 5%의 성장세를 보인 전 분기는 비정상적인 과도한 성장이라 볼 수 있다”며 “이번 결과에 대해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불안한 글로벌 경제 상황이 일본 경제를 위협하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과 유럽 경제의 불안정을 배경으로 일본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지난 11일에는 달러당 84.73엔으로 1995년 이래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닛케이225 지수는 9000선 붕괴 직전까지 내렸고 장기금리는 1%선이 무너지기를 수 차례 반복하며 7년래 최저 수준에 있다.
이날 1분기 GDP 잠정치 발표 이후 도쿄 증시에서는 1.19% 하락 개장한 닛케이225 지수가 낙폭을 늘려 오전 9시 50분 현재 1.51% 급락한 9113.01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값은 달러화에 대해 지난 주말 달러당 86.20엔에서 85.82엔으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다 일본의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도 경제 성장 속도가 둔화하고 있어 일본을 총체적 난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간 총리는 이같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 추가 경기부양책을 시사했지만 추가 재정지출을 수반하는 정책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10일 재무부가 발표한 일본의 국가부채는 904조772억엔으로 사상 처음으로 900조엔을 돌파했다. 이는 선진국 가운데 최악의 규모이다.
정치면에서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9월 민주당 대표 선거에 중참 양원에서 다수파가 각각 다른 ‘뒤틀림 국회’ 양상때문에 경기나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없는 이른바 ‘정치 및 정책의 공백’이 예상, 결국 일본은행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노린추킨 종합연구소의 미나미 다케시 수석 연구원은 “재정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국채 발행을 수반하는 경기부양책은 어렵다”며 “금융정책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6월 발표한 신성장전략에서 올해 일본의 세출 규모는 71조엔, 국채 발행 규모는 44조3000억엔 규모를 넘지 않겠다고 못박은 바 있다.
노무라증권 금융경제연구소의 기우치 다카히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정부의 재정재건에 대한 중장기적인 방침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성장세가 후퇴하고 있어 정부가 경기를 배려한 정책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산상의 제약으로 정부는 대규모 부양책이 불가능한 만큼 일본은행이 경제정책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며 “향후 일본은행에 대한 정치적 압력은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