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한도에 따라 노조 전임자 수를 제한하는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제도를 시행한지 한 달째인 1일 진통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타임오프를 도입하기로 한 사업장이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하는 등 제도 안착을 낙관하지만, 민주노총은 노사갈등을 부추기는 타임오프제를 폐기하라며 맞서고 있다.
민주노총과 산하 금속노조가 다음달 기아차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총력 투쟁을 벼르고 있고, 야당은 정기국회에서 타임오프제의 근간인노조법 재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 노정, 타임오프 도입률 공방 = 정부와 민주노총은 타임오프 타결 현황과 법 정 한도 준수 사업장 수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현재 올 상반기에 단체협약이 만료된 100인 이상 유노조 사업장 1320곳 중 타임오프 한도를 적용키로 잠정 합의하거나 단협을 체결한 사업장은 782곳(59.2%)에 달한다. 이 중 법정한도 준수 사업장은 751곳(96%)이고 31곳(4%)만 한도를 초과했다.
단협체결률은 작년 7월 말의 임금협상 타결률 41.1%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고용부는 3일 국무회의 보고에 앞서 지난달 30일을 기준으로 한 타임오프 도입 현황을 집계 중이지만 70%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용부는 7월분 임금지급이 모두 끝나는 다음달 10일 이후에 5000명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 금속노조 산하 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타임오프 실태를 집중하여 조사할 예정이다.
그러나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지난달 29일 현재 올해 임단협 갱신 대상인 소속 사업장 170곳 중 110곳(64.7%)이 노조 전임자를 유지하기로 단협을 타결하거나 잠정합의했다고 주장한다.
110곳 중 기존 전임자수를 유지하기로 한 사업장 94곳, 추후 재협의한다는 단서를 달아 단협에 합의한 사업장 10곳, 이면 합의한 사업장6곳 등 단 한 곳도 법정 한도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민주노총에 따르면 단협교섭 중인 보건의료노조 소속 104개 사업장 중 10곳만 임단협이 타결됐고 이 중 7곳은 전임자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화학섬유연맹도 71개 노조 중 33개 사업장이 협상에 타결했으나 이 중 20여개 사업장이 노조전임자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 양 노총 엇갈린 타임오프 전략 = 양대 노총은 타임오프제 시행 이후 상반된 전략을 구사해왔다.
민주노총은 김영훈 위원장이 타임오프제 폐기 등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며 12일간 단식농성을 벌이고 산하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파업을 벌였다.
반면 한국노총은 최대한 중앙 차원의 정치협상에 주력하며 실리를 챙기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 30일까지 파업은 41건으로 작년 동기보다 39.7% 줄어 타임오프제가 노동계의 전반적인 갈등 요인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민주노총, 특히 금속노조 산하 일부 대기업에서는 노사 갈등이 두드러진다.
기아차를 필두로 현대위아, 현대로템, 엠씨트, 다이모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두산그룹 및 S&T그룹 계열사들이 모두 교섭에 어려움을겪고 있다.
타임오프제 시행 이후 첫 월급날인 지난달 25일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과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 기아차와 효성, 두산, STX 그룹사 소속 사업장의 일부 전임자들이 임금을 받지 못했다.
현대자동차, GM대우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회사 노사가 일제히 타임오프 관련 교섭을 마무리 지었지만 기아차 노사는 갈등의골이 깊어지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와 공조, 여름 단체휴가가 끝나는 다음 달 8일 이후 파업 수순을 밟기로 했다.
금속노조는 다음달 11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8월 투쟁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 타임오프제 정착까지 곳곳 암초 = 하반기에는 공공, 금융, 병원노조 등 하반기 단협이 만료되는 사업장에서 타임오프제를 둘러싼 교섭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전국에 사업장이 분포한 금융노조와 국내 최대 전국 단위 사업장인 체신노조는 단체협약 유효기간이 남아 있어 당장 타임오프제 때문에불거진 문제는 없다. 금융노조는 올해 12월31일, 체신노조는 내년 1월12일까지 단협이 유효하다.
하지만 병원노조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흩어진 사업장 특성이나 업무 특성 등을 고려해 타임오프 한도 재조정을 요구하고 있어 노사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내년 3월에 단협이 만료되는 현대차나, 임단협에 합의했지만 타임오프 적용 문제를 별도 협의하기로 한 GM대우차, 현대제철 등과 같은 기업에서도 잠복했던 노사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
노조법 개정 과정에 참여했던 한국노총이 전국 사업장의 특성을 반영한 타임오프 한도 고시를 개정하려고 이르면 9월께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근면위) 소집을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