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서울 서초구 잠원동에 사는 J씨 부부는 최근 군 입대한 아들 면회를 갈 계획을 잡았다. 첫 면회라 아들과 같이 하룻밤이라도 보낼 요량으로 인터넷을 통해 경기도 지역 펜션 A업체를 예약하고 잔금까지 치뤘다.
하지만 면회를 가기 3일전 아들로부터 A펜션의 위치가 위수지역(소속된 군부대의 작전지역)을 벗어난 곳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에 J씨는 위수지역 안에 있는 펜션으로 옮기기 위해 A업체에 연락을 해 사정을 말했더니 이용당일로부터 10일 이내에 취소할 경우 요금을 전액 환불해줄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위수지역이 아닐 경우를 대비해 미리 환불약속을 받아놓은 터였던 J씨는 말을 바꾼 A업체가 황당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J씨는 ‘문화관광부 지정 관광펜션’이라는 홈페이지 메인 화면의 홍보문구를 보고 신뢰할 만하다는 생각에 예약을 했는데 전혀 예상 밖의 대응에 격분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관광객들이 숙박시설과 자연, 문화 체험관광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숙박시설로 적극 추진하고 있는 ‘관광펜션’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
특히 이들 관광펜션 대부분은 정부의 관광진흥개발기금의 융자지원을 받은 곳임에도 고객이 가장 중시여기는 환불기준등 이용약관이 소비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운영되고 있는 곳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관광펜션은 지난 2003년 문화체육관광부(당시 문화관광부)가 단순 공중거래법상 숙박시설로 구분돼 있던 펜션 중 주변관광지와 연계한 체험관광 활성화를 위해 관광펜션업을 관광진흥법 시행령에 명시한 이후 본격 도입돼 현재 전국에서 140개가 영업을 하고 있다.
이중 인천, 경기, 강원등 3개 광역자치단체에 분포해 있는 57개 관광펜션 가운데 인터넷 포털사이트등을 통해 쉽게 검색이 가능한 33개 관광펜션을 조사한 결과 소비자원이 권장하고 있는 환불기준을 지킨 곳은 단 한 곳도 없었고 아예 환불기준등을 명시하지 않은 곳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소비자원 환불기준 지킨 곳 '전무'=소비자원의 환불기준에 따르면 모든 숙박업소는 성수기와 비수기를 구분해 환불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12월20일부터 2월20일, 7월15일부터 8월24일 사이에 적용되는 성수기 환급 규정에 따르면 사용예정일 10일전까지 취소할 경우에는 계약금 전액을 환급해줘야 한다.
또 7일전까지 취소할 경우에는 90%, 5일전 70%, 3일전 50%를 환급해줘야 하며 사용예정일 1일전 또는 당일에는 20%를 환불하도록 돼 있다.
성수기로 규정된 기간 외에는 비수기로 구분돼 사용예정일 2일전까지 취소시에 계약금을 모두 환급해줘야 하고 1일전에는 90%, 당일 및 연락없이 불참 시에도 80%를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조사대상 업체 33개 중 단 한 곳도 소비자원의 환불규정을 지킨 곳은 없었다. 우선 대부분의 업체가 성수기, 비수기 요금은 구분했지만 환불기준도 나눈 곳은 전무했다.
환불가능일을 기준으로 당일 취소시 환불 가능한 곳은 한 곳도 없었고 1일전부터 환불 가능한 곳은 13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들 업체의 환불금액은 10~50%로 소보원의 성수기 80%, 비수기 90%를 총족하지 못했다.
이밖에 2일전부터 전액 환불가능한 업체가 3곳, 3일전부터 환불가능한 업체가 4곳, 4일전 9곳, 5일전 1곳, 7일전 1곳이었고 11일전에 취소하지 않을 경우 환불을 안 해주는 곳도 1곳이 있었다.
또 전체 33개 업체 중 전액환불 해주는 업체가 10곳이었지만 이중 6개업체는 예약당일 취소 시에만 적용돼 사실상 4곳만 전액환불제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화부․지자체 도용 과대 홍보도=더 큰 문제는 이들 업체중 문화체육관광부나 지자체의 명칭을 활용한 과대 홍보를 하는 곳도 있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문화관광부지정관광펜션’ 문구를 삽입한 업체가 3곳이었고 ‘광역자치단체 지정’이 1곳, ‘기초단체 지정’이 4개 업체였다.
하지만 문화부에 확인 결과 관광펜션은 문화부나 광역지자체가 ‘지정’ 해주는 사업이 아니라 기초자치단체에 자격요건을 갖추고 신고를 하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러가지 엄격한 기준에 의해 자격을 획득한 업체를 ‘지정’해 주는 엄밀한 의미의 ‘지정제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 정서상 정부나 지자체가 지정해준 업소에 대한 신뢰도가 절대적인 점을 감안하면 업체들의 허위 과대광고로 인한 피해 사례가 발생할 수 있는 대목이다.
J씨는 “정서상 정부에서 지정해준 업체라고 하면 어느 정도 신뢰를 갖기 마련”이라며 “업체들이 이런 소비자들의 심리를 장삿속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부, 단속할 근거 없다?=관광펜션 업자들이 이처럼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있는 사이에도 문화부는 단속할만한 법적인 근거가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특히 문화부 담당자들은 이 같은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환불기준과 관련, 문화부 관계자는 “소비자보호법에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문제가 발생하면 관련 법에 따라 소비자원에서 피해구제를 받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보호법에는 숙박업소 환불과 관련된 법규정이 없다. 소보원에서 마련한 규정 역시 분쟁시 참고하기 위해 마련한 권고사항일 뿐 법적 구속력은 없다는 게 소비자원측의 설명이다.
또 ‘문화관광부지정관광펜션’ 문구 표기와 관련해서는 “문화부에는 그런 제도가 없기 때문에 그런 말을 사용하면 안 된다”면서도 “관광펜션업자들이 영업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까지 뭐라고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문화부의 책임회피이자 직무위기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 국내여행 전문가는 “관광펜션은 문화부가 지자체에 위임해 지원하고 국민의 세금인 관광진흥개발기금이 투입된 사업이기 때문에 당연히 문화부가 관리 감독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