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유럽 국가들이 재정위기 사태 해결을 위해 7500억유로 규모의 자금 조성에 합의하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일단 진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단순한 유동성 공급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럽 재정폭탄 속에 시장의 관심은 다시 글로벌 경제의 펀더멘털에 집중되고 있다. 4회에 걸쳐 미국·중국·일본·유럽 등 주요 지역의 경제 상황을 긴급 점검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美 경제 위기 끝났나
② 중국, 세계 경제의 기관차될까
③ 일본 경제 회복은 언제
④ 재정위기 해결책 마련한 유럽...경제는?
구제금융 조성 합의로 유럽발 그리스 재정위기 사태가 일단 진정되고 있지만 일본 경제에 드리운 암운은 쉽게 걷히지 않을 전망이다.
유로존의 재정위기 사태를 배경으로 엔화가 유로화에 대해 강세로 돌아서면서 겨우 회복기조에 오른 수출기업들의 실적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장중 유로화에 대해 110엔대까지 올라 8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는 전기ㆍ자동차 메이커의 유로당 120엔대의 상정 환율을 10엔 가량 웃돈 것으로 엔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일본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수출기업들에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도요타의 경우 지난해 매출에서 유럽 시장 비중은 11%로 유로화에 대해 1엔이 등락할 때마다 50억엔의 손익이 좌우된다.
일본 전기업체인 도시바의 무라오카 후미오 부사장은 지난 7일 “그리스 위기의 영향이 일부 국가에 국한될지 유로존 전체 혹은 일본과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로 확산될지는 알 수 없다”며 급격한 엔화 강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도시바는 2010년도 상정 환율을 유로당 120엔으로 정했으며 유로화에 대해 엔화가 1엔 오르면 30억엔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전체 매출의 30%를 유럽 시장에서 올리는 캐논의 상정 환율은 유로당 125엔으로 엔화가 유로화에 대해 1엔 오르면 영업이익 41억엔이 증발한다.
그러나 유로화 약세 악재는 달러화 약세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나타내 지난 7일 한때 달러당 90엔대까지 상승했다.
대미 수출의존도가 유럽보다 높은 일본 기업들 입장에서 엔고ㆍ약달러는 치명적이다. 도요타의 경우 엔화가 달러당 1엔 오를 때마다 350억엔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라증권의 기우치 다카히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엔화가 달러당 10% 상승하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2년간 0.3% 낮아지지만 유로화가 미치는 영향은 그 4분의 1정도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기우치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 위기로 인한 유로화 약세 그 자체보다 달러화 약세에 따른 엔화 강세가 일본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총 75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기금 조성에 합의하면서 엔화 강세는 한풀 꺾였다.
이날 오후 2시 8분 현재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92.63엔, 유로화에 대해서는 119.86엔을 나타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채권시장 개입을 결정한 것도 환율시장 안정에 한몫 했다.
ECB는 성명을 통해 유로존의 공사채 및 회사채 시장에 개입해 시장에 유동성을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ECB는 이와 함께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영란은행(BOE), 캐나다중앙은행, 스위스국립은행, 일본은행과 공조해 한시적으로 달러 스와프 라인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정부는 현재 단계에서 유로존의 위기가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엔화 강세가 지속돼 시장의 요동이 길어질 경우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새로운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센고쿠 요시토 국가전략상은 “주가와 환율은 시장이 결정한다”면서도 “시장의 수치가 급격하게 등락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가메이 시즈카 우정금융담당상은 “일본도 그리스 사태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다”며 “잔잔한 물결이 큰 파도로 바뀌는 가운데 경제 전체를 어떤 방법으로 지켜낼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