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현대기아자동차의 수익성 개선에 비상이 걸렸다. 매출액의 약 60%를 수출에 기대고 있는 현대기아차로서는 이번 환율 하락이 그리 반갑지 않다.
지난달 말 1130원대에서 1110원대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은 하락폭이 가파르지는 않지만, 최근 저점을 계속해서 깨고 있다는 점에서 경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기아차는 당초 올해 예상 환율을 1100원대로 추정하고 영업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최근처럼 환율 하락이 지속된다면 당초 판매계획 달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LIG투자증권 안수웅 센터장은 "전체 매출액의 60%를 수출에 의존하는 현대기아차로서는 환율변동이 펀더멘털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투자 심리 측면에서도 원화강세는 그리 반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주식시장에서 현대차의 주가는 지난 5일 13만500원을 기록한 이후 5일 연속 하락해 11만원대로 떨어지기도 했고, 기아차 역시 지난 9일 2만735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조정을 받고 있다.
또한 현대기아차는 환율 영향으로 올 1분기 실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에프앤가이드가 추정한 현대차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5699억원으로 전기대비 31.92%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출액 역시 7조8138억원으로 19.02%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순이익 역시 7768억원으로 17.8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차 역시 영업이익은 3213억원으로 전기대비 21.96%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4조6419억원과 3660억원으로 18.95%와 39.3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설 연휴 등 계절성 요인으로 1분기가 전분기 대비 감소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환율 영향도 적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원화가 1% 절상될 때마다 순이익은 2~3% 정도 줄어든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편 현대기아차가 해외공장 생산 비중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환율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올해 현대기아차는 총 540만대를 생산할 예정이고 이중 약 50%에 육박하는 242만대가 해외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안 센터장은 "현대기아차는 환율이 1100원대에서 10%정도 떨어 진다해도 마케팅비나 원가절감을 통해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또한 해외공장 생산 비중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환율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투자증권 손명우 연구원 역시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재고는 각각 2.5개월, 3.1개월 수준으로 국내외 신모델 출시와 더불어 2분기 풀가동을 기록할 전망이며 과거 환율 하락에도 가동률 상승 시 이익률은 방어됐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에셋증권 이석제 연구원도 "현대기아차에서 주목해야 할 부문은 환율 뿐 아니라 가동률 또는 판매 성장"이라며 "가동률이 1%p 높아지면 영업이익률은 0.25%p 정도 올라가고, 이는 원화 절상으로 인한 손익의 감소를 60~70%까지 상쇄시켜 준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물론 환율에 의한 순이익의 민감도가 가동률에 의한 변동 폭보다는 크지만, 현대기아차의 매력은 그 동안 약세를 지속했던 원달러에 있었던 것은 아니며 중요한 것은 현대기아차의 지속 가능한 성장성"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