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약서의 주요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계약자가 중도해지를 요구하더라도 보험사가 설명이나 고객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면 100% 환불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그동안 보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했을 때 계약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고객에게도 일부 책임을 물어왔다.
7일 서울고법 민사4부(이기택 부장판사)는 H정밀 주식회사와 이 회사 대표의 딸 김모씨가 A보험사와 보험 설계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깨고 1억7000여만원을 지급하도록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설계사가 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 내용의 위험성, 투자수익률에 따른 환급금의 변동, 해약환급금이 원금에 이르려면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는 점 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것을 판결 이유로 내세웠다.
또 이번 소송이 계약의 위험성에 관한 올바른 인식 형성을 방해하거나 과도한 위험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해 설명의무 및 적합성의 원칙 등 고객 보호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험사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설명의무나 적합성의 원칙을 위반한 투자 권유는 경솔한 판단을 유도하고 여기서 발생한 투자자의 과실은 권유자에 의해 '획책된 과실'이므로 과실 상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가입자가 중요 사항을 잘 확인하지 않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보험사의 책임을 덜 수 없다"고 덧붙였다.
H정밀과 김씨는 2006∼2007년 평소 알고 지내던 설계사를 통해 유니버설 보험과 변액유니버셜 보험 등 보험계약 3건을 체결하고 보험료 3억9000여만원을 냈다가 중도 해지하고 2억2000여만원을 환급받았다.
이들은 원금이 보장된다는 설계사의 설명을 믿고 소득수준과 재정 상태에 맞지 않는 무리한 보험에 가입했다며 차액을 반환하라고 소송을 냈고 1심은 설계사의 설명 의무 위반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