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저금리 기조를 점진적으로 정상화 해야 한다"며 금리인상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출구전략 논의가 또 다시 재점화 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러나 저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타이밍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현욱 KDI 선임 연구위원은 지난 23일 "점진적으로 금리 인상이 이뤄지더라도 경기 회복에는 지정이 없다"고 말했다.
1년 1개월째 사상 최저금리(연2.00%)를 유지한 한국은행이 선제적인 금리 인상을 통해 출구전략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우리 경제가 회복 국면이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 취해진 조치를 철회하는 게 바람직다"며 "최근 물가 급등으로 금리를 빠르게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 시장에서는 이같은 발언이 국책연구원에서 나온 것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수차례 발언했지만, 청와대와 정부의 강력한 반대로 끝내 소신을 펼치지 못했다. 또 대부분의 정부기관 역시 시기상조론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특히 KDI 발언에 대해 정부 역시 한발짝 뒤로 물러난 모습이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단기적으로 거시 정책을 위기 모드로 운영해 왔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벗어나야 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날 국고채 3년, 5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각각 0.13%포인트, 0.14%포인트 오르고 회사채 금리도 0.10~0.11%포인트 상승하는 등 채권이 폭등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전문가들 "3분기 이후 가능"
그렇다면 출구전략 논의가 상반기 내 이뤄질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일단 전문가들은 가능성을 낮다고 보고 있다.
아직까지 유럽 등 세계경기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고, 민간경제의 자생력이 부족해 현 경기회복이 일종의 착시현상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문학 LG경제연수고 연구원은 "그동안 부동산 가격이 높거나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가 생길 때 금리인상에 대한 논리가 나왔는데 현재로서는 두 가지 모두 조용하다"며 "지금으로서는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금리인상 이슈는 상반기는 힘들고 3분기 들어서 다시 재 논의 될 것으로 보여진다"며 시기상조임을 강조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실경제 실장도 "일단 유동성이 많고 물가 압력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리로 대응하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럽다"며 "경기도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고 물가 상승률도 낮게 보여지고 있는데 이를 감안하면 금리인상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실장은 "일단 상반기 내에는 금리를 계속 묶어두고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최근 2~3개월의 물가 흐름을 지켜본 후 (금리를) 인상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미국과 유럽 등의 금리가 인상될 경우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 실장은 "최근 중국이 금리를 인상했는데 만약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금리 인상 조짐이 나타난다면 우리나라도 여기에 맞게 통화정책을 펼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재정부 역시 현재와 같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 미시적 대응책으로도 신규 가계대출을 억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KDI의 의견도 일리가 있지만 현 경제팀의 일관된 소신은 본격적 출구전략 시행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