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20년 장수 藥일까 毒일까

입력 2010-02-23 14:17 수정 2010-02-2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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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사실상 연임에 성공하면서 장수 비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이사회가 오는 26일 열리는 주총에서 라 회장 연임 건을 승인하면 행장부터 회장까지 무려 20여 년 동안 CEO 자리를 지킨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라 회장이 연임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형성된 시점을 지난해 9월로 보고 있다. 신한은행이 일본 법인 SBJ를 설립한 이후, 신한금융지주 최고위층들이 청와대를 방문한 시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청와대가 SBJ 설립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인사 형식을 빌려 청와대를 방문한 직후부터 연임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라 회장이 연임에 힘을 실어준 또 다른 요인은 우리금융 민영화로 시작될‘금융빅뱅'이다. 금융계 판도가 급격하게 변하는 상황에선 금융지주사 수장의 역할이 중요하고, 이런 차원에서 금융지주사의 중심을 지켜줄 라 회장 카드가 주목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라 회장에게 힘이 된 것은 일본 주주들에게 지지를 받았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SBJ 설립 이후 일본 주주들의 신뢰가 더 두터워졌다”며 “일본 주주들은 향후 있을 ‘금융빅뱅’에서 라 회장이 일정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 회장은 20여년 동안 CEO 자리를 지키면서 신한은행을 급성장시켰다.

라 회장의 경영전략과 리더십은 조흥은행과 LG카드를 성공적으로 합병시키면서 빛을 발했다.

지난 2001년 업계 1ㆍ2위였던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되면서 총자산 240조원이 넘는 초대형 은행이 탄생했다.

독과점 논란이 일 정도의 대형은행이 나타나자 신한은행 내에서도 '생존을 위해 합병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일부 경영진들은 하나은행, 한미은행 등에 합병 의사를 타진하며 '규모의 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라 회장은 은행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 은행 중심에서 탈피해 증권ㆍ보험ㆍ카드 등 다양한 업종으로 진출할 토대를 구축하는데 힘을 쏟았다.

지주사 설립 작업이 끝나자 2002년 5월, 굿모닝증권을 인수해 신한증권과 합병시키며 증권업 진출을 위한 토대를 닦았다.

이어 2003년 8월, 100년이 넘는 역사와 신한은행보다 많은 자산규모와 임직원수를 가진 조흥은행을 흡수하며 자산규모를 139조원으로 늘려 규모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을 덩치를 키우는데 성공했다.

조흥은행에 이어 신한금융그룹의 두 번째 핵심 계열사가 된 곳이 LG카드다.

금융시장 최대 매물로 꼽힌 LG카드를 낚아채며 카드업계 1위로 올라서는데도 라 회장의 결단이 한 몫을 했다.

현재 LG카드와 합병된 신한카드는 맏형벌인 신한은행의 수익을 뛰어 넘으며 계열사로의서 입지를 굳건히 다지고 있다.

조흥은행과의 합병 과정에서 신한-조흥은행 1사 2노조를 2년도 채 안된 기간에 통합한 것도 라 회장의 탁월한 경영 리더십 때문에 가능했다.

노조가 안정이 돼야 직원들도 동요 없이 고객 서비스 및 업무를 추진할 수 있고, 회사도 발전할 수 있다는 그의 지략이 성공한 셈이다.

물론 라 회장의 연임을 두고 금융권 내부에서는 자조 섞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장기집권을 하면 후임 경영자의 기회가 그만큼 박탈되는 만큼, 이제는 후 선에 물러나 새로운 신한 바람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한 명의 CEO가 장기집권이 계속될 경우 나중에 그가 물러날 경우 임직원들의 적지 않은 혼란과 파벌 싸움이 생겨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라 회장이 앞으로 연임한 기간 동안 임직원들의 혼란과 파벌 싸움이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미리부터 후계자에 대한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금융에서 절대적인 신임을 얻고 있고 탁월한 경영 리더십을 보여주는 만큼 이번 연임은 문제될 것이 없다”면서 “앞으로 3년 동안의 임기 기간이 남은 만큼 벌써부터 임직원들의 혼란과 파벌 싸움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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