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와 통신사업자들이 3세대(G) 휴대전화 활성화와 단말기 재활용을 위해 범용가입자인증모듈(USIM, 이하 유심) 홍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유심은 3G 단말기를 사용하기 위한 가입자 식별 장치로 반드시 필요한 부품이다. 이동통신 요금 인하와 맞물려 단말기 보조금 억제 정책으로 인해 유심의 이동성이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3G 휴대전화 가입자 대부분은 아직도 유심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왜 중요한지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유심이 정보 감청, 분실 휴대폰 이용 등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인식도 높은 만큼 정부와 통신업계가 활성화에 고심하고 있다.
◆만능칩 유심, 잘 쓰면 유용하다
유심 카드는 통신칩과 금융칩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통신칩은 전화, SMS, 데이터 서비스 등 통신 서비스를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칩으로 가격은 7700원이다. 금융칩은 통신칩 기능에 금융서비스가 추가돼 가격은 KT 9900원, SKT는 1만1000원 정도다.
우선 유심의 이동성이다. 사용하는 단말기에 USIM Lock(유심 잠금)이 해제돼 카드만 끼우면 이통사, 단말기에 상관없이 해당 가입자가 원하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기존 휴대폰에 저장된 가입자 정보를 유심에 등록 사용하기 때문에, 휴대폰을 바꿔도 기존의 유심을 끼우면 사용하던 휴대폰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유심 뱅킹 서비스의 경우 기존 VM 뱅킹과는 달리 은행 카드 없이도 휴대폰만 있으면 CD/ATM으로 현금 출금이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어 훨씬 편리하다.
올해 초에는 이통 3사와 17개 시중은행, 금융결제원 등이 유심을 활용한 뱅킹서스 ‘유비터치’를 선보이며 대중화를 주도하고 있다.
한편, 유심 이동성에는 같은 사업자끼리 휴대폰을 바꿔 쓰는 사업자내 이동성과 KT가입자와 SKT 가입자간 UISM을 바꿔 쓰는 사업자간 유심이동성 2가지로 나뉜다.
사업자내 유심 이동성은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됐고, 사업자끼리 이동은 3개월 늦은 7월 이후 신규 출시되는 단말부터 적용되고 있다.
사업자간 이동은 음성통화, SMS 수발신, CID 등은 되지만 사업자마다 단말에 적용하는 규격이 다르기 때문에 무선데이터 서비스, MMS 등은 적용되지 않고 있다.
KT 관계자는 “3G 이동통신 핵심 기능 중 하나가 유심인데 소비자 인식이 낮아 광고를 기획하게 됐다”며 “유심 하나에 금융, ID 및 각종 개인 콘텐츠나 서비스 플랫폼까지 큰 폭의 서비스 혁명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 1년 활성화 미미, 대책은?
유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지난 9월 말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요금 인하 정책을 발표하면서 유심 활성화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통신업계에서 단말기 보조금에 대한 출혈 경쟁을 막고, 중고 휴대폰의 활용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그러나 개방한지 1년이 지났지만 유심 이동성 활용도는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 초 방통위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사업자내 단말 이동건수가 370만건에 육박하고 있는 반면, 사업자간 이동성은 전체 3000건 정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사업자간 단말 이동이 낮은 이유는 현재 사업자에 별도 이용신청을 해야 하는 등 절차상 불편이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단말 정보를 사업자간 공유해야 하는 부분에서 규제를 둘러싸고 이통사와 제조사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방통위에서도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한편 KT와 SKT는 지금보다 용량이 최대 수십배 가량 늘어난 고집접(HD) 유심 연구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장기적으로 유심이 근거리 통신이나 결제를 위한 NFC(Near Fiedl Communication)기반 RF칩이나 무선인식과 결합하고, 모바일 오피스나 전자책, 모바일 게임 등 서비스 다양화도 계획하고 있다.
서울시립대학교 경제학부 성낙일 교수는 “과거 보조금 지급금지 기간에도 불법 보조금이 성행했던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보조금 지급금지와 같은 직접규제가 효과를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며 “3G 활성화, 유심 이동성 확보 등 이동통신사업자의 단말기 보조금 지급유인을 억제하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