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이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 계약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기업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결정은 키코 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고등법원으로 올라온 이후 첫번째 판단이어서 현재 고법에 계류 중인 20여건의 가처분 신청 결정에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전망이다.
서울고법 민사40부(이성보 수석부장)는 수출기업인 K사가 신한ㆍ씨티ㆍ제일은행을 상대로 낸 옵션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계약 자체가 불공정하고 ▲계약 체결 과정에서 사기 또는 착오가 있었으며 ▲사정변경 등에 따라 계약 해지권이 인정돼야 하고 ▲은행이 고객보호 의무를 위반했으며 ▲은행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K사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계약 내용이 환율 변동의 확률적 분포를 고려하고 있어 은행과 기업의 기대 이익을 대등하게 했다"며 "계약 내용이 합리성을 결여하지 않고 고객에게 불리하거나 고객의 본질적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통화옵션 계약 체결시 은행이 0.3∼0.8%의 마진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며 "이는 기업에 대한 신용위험 관리비용과 업무원가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마진 규모가 과도하게 책정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계약 체결과정에서 사기 또는 착오가 있었다는 주장에는 "기업은 환율이 일정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환위험회피 기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한 뒤 위험을 감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은행이 세계 금융환경이 급변해 환율이 급등할 것이란 사실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서 기망행위를 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