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병세가 완화된 것으로 알려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다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는 소식이다. 원인은 혈전이 폐동맥의 부분 또는 전체를 막았을 때 발생하는 폐색전증.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병 소식 이후에 그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폐색전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폐색전증은 어떠한 질환이며, 누가 걸리고,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하지에서 생성된 혈전이 주 원인
정맥혈전색전증의 가장 흔한 형태는 심부정맥혈전증(Deep Vein Thrombosis, DVT)으로 주로 허벅지나 종아리와 같이 다리의 심부정맥에 혈전이 생성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다리에서 생성된 혈전이 혈류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폐로 이동해서 폐동맥을 막아 발생하는 것이 바로 폐색전증이다. 즉, 다리에 혈전이나 색전이 생기는 심부정맥혈전증(DVT)이 폐색전증(PE)의 선행 원인이 되며, 폐색전증(PE)과 심부정맥혈전증(DVT)을 통칭해 정맥혈전색전증(VTE)이라고 한다.
유럽에서는 정맥혈전과 연관되는 질병이 연간 150만건을 넘어서고 있으며, 매년 54만4000명이 이로 인해 사망하고 있다 . 이는 유방암, 전립선암, 에이즈,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의 합의 보다 두배 높은 수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정맥혈전색전증의 발병에 대한 통계 자료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서양의 발병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맥혈전색전증(VTE)이 더욱 위험한 것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부정맥혈전증(DVT)의 주요 증상으로는 다리 통증과 부종이 있는데 이도 특징적이지 않아 심부정맥혈전증(DVT)인지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심부정맥혈전증(DVT)이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지게 되면 통증과 다리의 궤양을 일으키는 ‘혈전 후 증후군’(Post-thrombotic Syndrome, PTS)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극단적인 경우 재발한 궤양으로 의해 다리절단까지도 초래할 수도 있다.
폐색전증(PE)의 경우는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이나, 각혈, 흉통, 어지러움, 쇼크로 인한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폐색전증의 10~25%는 급속히 악화되어 증세를 보인 지 2시간 내에 돌연사를 초래할 만큼 치명적이 될 수 있다.
급사하지 않더라도 폐포 과호흡, 폐 내부 혈관 저항의 증가, 부종 등의 증상이 폐색전증으로 인해 발병할 수 있으며,이는 허혈 및 심장의 우심실 기능 부전을 일으켜 장기 병환 상태가 될 수 있으므로 더욱 유의해야 한다.
즉, 정맥혈전색전증(VTE)이 심부정맥혈전증(DVT), 혈전 후 증후군(PTS), 폐색전증을 유발하며, 그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것이 돌연사와 장기 병환 상태를 유발할 수 있는 폐색전증이다.
따라서 폐색전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그 선행 원인인 정맥혈전색전증(VTE)부터 관리해야 한다.
◆ 효도수술이 정맥혈전색전증의 원인?
정맥혈전색전증(VTE)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고관절, 슬관절 전치환술과 같은 인공관절수술이다. 질병이나 노화로 인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관절을 인공 관절로 바꿔줌으로써 해당 부위의 통증을 없애고 정상적인 보행을 가능하게 하는 이 정형외과 수술은 주로 무릎 관절이 약한 노년층이 많이 시술돼 효도수술이라고도 불린다.
인공관절 수술로 인해 혈관이 손상되고, 혈류가 느려지며, 혈액응고능력이 항진돼 하지에 혈전이 생기게 된다. 또한, 수술로 인해 장기간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것 또한 혈전 생성의 주요 원인이 된다 . 흐르지 않는 물이 썩는 것처럼, 혈액도 원활히 흐르지 못하고 정체되면 혈전이 생성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형외과 수술 후 정맥혈전색전증, 예방 요법으로 피할 수 있어
인공관절전치환술이 정맥혈전색전증(VTE)의 원인이 된다고 해서 수술을 피할 필요는 없다. 걷기와 일상 생활이 불편한 환자들에게 있어 인공관절전치환술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필수불가결한 수술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적절한 예방 요법을 실시하면 정맥혈전색전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정맥혈전색전증 발생률은 예방 요법을 통해 충분히 줄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맥혈전색전증 발생률이 높은 이유는 질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의 약제들의 사용상의 불편함 때문에 적절한 방법으로 예방 활동을 하지 않거나, 퇴원 이후에도 정맥혈전색전증의 위험이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예방 요법을 권장 기간보다 짧게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표준적이고 기본적인 정맥혈전색전증(VTE) 예방법은 혈액의 응고를 억제해 혈전의 생성을 예방하는 혈액응고억제제의 투여를 통해 이뤄진다.
현재 가장 표준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혈액응고억제제는 주사제인 저분자량헤파린(LMWH)와 경구용인 와파린(Wafarin)이 있다. 그러나 저분자량헤파린은 주사제이기 때문에 퇴원 이후에 계속투여 받기가 어렵고, 와파린은 잦은 혈액 응고 모니터링이 필요하기 때문에 번거롭다 . 다행인 것은 최근에 하루에 한번 경구용으로 복용하면서도 별도의 모니터링이 필요 없는 혈액응고억제제도 출시돼 기존 예방 요법의 불편한 점이 개선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폐색전증 투병 소식으로 인해 고조된 질병에 대한 관심은 궁극적으로 정맥혈전색전증의 발병을 낮추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흔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만큼, 이번 기회에 폐색전증을 유발하는 정맥혈전색전증에 대해 제대로 알고 적극적인 예방 활동을 진행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