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도박 그 자체로 부도덕…횡령 등 추가범죄 가능성”
업무시간 외에 상습적으로 도박을 한 직원을 해고한 금융회사의 조치는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도박 그 자체로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손실금 만회를 위해 횡령 등 추가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 부장판사)는 원고 A 씨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 청구를 기각했다.
A 씨는 B 금융회사에 1997년 입사해 여신 업무를 담당하다가 2022년 1월부터 한 지점의 여신 팀장으로 근무했다.
B 사는 2022년 9월 원고가 출석한 가운데 인사위원회를 개최하고 다음날 A 씨에게 △대출거래처와 부적절한 사적 금전대차 △담보취득 금지부동산 부당대출 취급 △부적절한 모기신용보험 가입에 따른 초과 대출 발생 △외부 감정평가법인 부당 수기 지정 △상습도박 행위 등 5개 사유로 해고를 통지했다.
A 씨는 그해 12월 부당 해고를 주장하면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A 씨는 이듬해 3월 재심을 신청했지만 5월 이마저도 기각됐다. 중앙노동위는 “원고에 대한 징계 사유가 모두 인정되고, 비위행위 정도에 비해 양형이 과하다고 볼 수 없다”며 “징계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없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정당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A 씨는 중앙노동위의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법원에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A 씨는 징계사유 중 대출거래처와의 사적 금전 거래와 상습도박에 대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A 씨는 “금전 거래와 관련 부당한 이득을 취하거나 특혜를 제공한 적은 없고, 회사에 금전적 손실을 야기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또 상습도박에 대해서도 “사생활로 인해 회사의 사회적 평가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쳤다는 등의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이를 징계 사유로 삼은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B 사 복무규정 제7조는 ‘직원은 명예와 위신을 실추, 손상하는 일이 없도록 항상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임직원 행동지침 제7조는 ‘임직원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품위를 유지하며 부도덕한 행위로 타인의 지탄이 되거나 은행의 신용과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를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고 짚었다.
이어 “설령 원고가 근무시간 외에 도박행위를 해 직접적으로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지는 아니했다고 하더라도, 도박은 그 자체로 부도덕하고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이어서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생활고를 겪는 와중에 도박까지 해 상당한 금전적 손실을 보게 되면 전반적인 업무 능률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이 불가피했으리라고 보인다”며 “B 회사는 금융업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소속 직원이 도박 행위로 인한 손실금을 만회하기 위해 횡령 등 추가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