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앞두고 사교육업체로부터 학생들의 내신평가부터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분석 등 이른바 ‘입시컨설팅’을 받고 있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교사와 학교들은 에듀테크 업체의 인공지능(AI) 도움을 받아 학생들의 학생부 검증에 나서기도 한다. 일부 업체는 입시컨설팅을 받고 있는 학교를 ‘제휴기관’이라 공개적으로 홈페이지에 밝히기도 했는데, 이를 두고 ‘입시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학입시 컨설팅에서 AI의 활용이 늘어나는 가운데 에듀테크 업체 A 사가 146개의 일선 학교를 제휴 기관이라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업체는 총 163개의 기관과 제휴를 맺고 있으며 그중 학교가 89.5%를 차지한다.
A 사는 학교 및 교사를 대상으로 학생 1인당 3만 원가량에 AI 컨설팅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학생부 등을 AI로 분석하는 서비스다. 홈페이지에는 ‘2분 만에 확인하는 생기부(학생부)의 장단점’이라며 홍보하고 있다.
실제로 해당 업체를 이용하는 학교들은 대부분 학생부 분석에 있어 보조적인 도움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A 사를 이용하고 있는 광주지역 고교의 진학부장은 “대학 진학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작년부터 사용하고 있는데 학생부 작성은 결국 교사가 한다”면서도 “학교 이름이 홈페이지에 공개되는 것은 몰랐다”고 밝혔다.
대구지역 한 고교의 교감은 “담당 교사들이 먼저 학생부를 1차로 정리한 것을 가지고 보조적으로 AI의 도움을 받을 뿐, 컨설팅이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결국 사람(교사)이 학생부를 전반적으로 챙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A 사 관계자는 “교사들의 학생부 분석을 도와주는 보조 서비스”라며 “그간 학생부가 깜깜이 전형이라 해서 추상적이었는데 이를 인공지능으로 풀어낸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계에서는 학교명을 제휴기관이라며 공개적으로 밝힌 것과 관련해 입시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학교와 고교 등 공교육기관의 평가물이 순수하게 평가받는다기보다는 해당 사교육업체 서비스를 받고 있는 고교와 그렇지 않은 고교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입시 공정성의 및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학교에서 사교육 업체에 넘긴 학생부를 통해 개인정보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 대표는 “학생 개인정보 동의를 받았다 하더라도 학생부의 내용을 통한 ‘제2의 가공물’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A 사 관계자는 “개인정보 동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홈페이지에는 학생부파일을 저장하느냐는 개인정보처리방침 질의에 “원본 파일은 즉시 삭제, 저장된 데이터는 탈퇴 시 파기된다”고 밝혔다.
박종학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회장은 “학생부는 공적자료로 학생의 개인정보이기도 하지만 학생부 작성에 참여한 교사들의 저작물”이라며 “미래사회의 발전으로 AI를 활용한 컨설팅 늘어나겠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의 취지를 생각한다면 입학사정관의 평가를 대신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결국, 기록과 평가를 AI가 하게 된다면 학생부종합전형은 퇴색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개인이 AI 기술을 활용한 사교육업체의 대입 컨설팅을 받는 것을 금지할 수는 없지만, 공교육기관이 사교육업체의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교육부 및 교육청, 대교협 등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진로진학 프로그램을 학교가 적극 활용하도록 안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