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대출금리 엇박자…은행만 웃는다

입력 2024-11-03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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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대출금리 오름세
예대차익 확대 전망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은행권의 예금과 대출 금리 엇박자가 계속되고 있다. 주요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예금 금리를 줄줄이 낮췄지만,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대출 금리는 높였기 때문이다.

당분간 대출 금리가 아닌 예금 금리만 떨어지면서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만 확대될 전망이다.

3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전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 최고금리는 연 3.35∼3.55%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다음 날인 지난달 12일(3.15∼3.80%)과 비교하면 3주 만에 하단이 0.20%포인트(p), 상단이 0.25%p 낮아졌다.

주요 은행들은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본격적으로 예·적금 금리를 내리는 분위기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23일 거치식 예금 5종 금리를 0.25∼0.4%p, 적립식 예금 11종 금리를 0.25∼0.55%p 인하했다.

우리은행도 지난달 23일과 이달 1일 적금 상품 금리를 0.2%p씩 내렸다. 하나은행 역시 1일부터 수신상품 11종의 기본금리를 0.05∼0.25%p 낮췄다. SC제일은행과 토스뱅크도 1일부터 예·적금 금리를 각각 최대 0.8%p, 0.3%p 인하했다. 아직 금리를 조정하지 않은 은행들도 인하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권 예금 금리가 하락했지만, 가계대출 금리는 오히려 상승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1일 기준 연 4.160∼5.860%로 집계됐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지난달 11일(연 3.880∼5.880%)과 비교하면 3주 만에 하단이 0.280%p 상승했다.

신용대출 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1년물 금리가 같은 기간 3.218%에서 3.229%로 0.011%p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표금리보다 대출 금리 상승 폭이 컸다.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도 연 4.090∼5.754%로, 3주 전(연 3.990∼5.780%)보다 하단이 0.100%p 높아졌다.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는 3.304%로 변화가 없었는데, 대출금리 하단은 오른 것이다.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연 4.750∼6.480%) 역시 지표인 코픽스(COFIX)가 3.360%에서 3.400%로 상승하면서 하단이 0.040%p 높아졌다.

기준금리 하락에도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것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요구 영향이 크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7월부터 가산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대출금리를 끌어올렸고, 최근까지도 관리 방안을 연이어 발표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5일 신용대출 갈아타기 상품의 우대금리를 1.0∼1.9%p 축소한 데 이어 연말까지 인터넷,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한 신용대출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IBK기업은행도 주담대, 전세대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를 최대 0.4%p 인상했다.

국민은행은 10월 말까지로 예정돼있던 '임대인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 제한' 조치를 연장하기로 했으며 농협은행은 이달부터 주담대 만기를 최대 40년에서 30년으로 축소 운영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가계대출 관리 요구 등 정책적인 부분 때문에 대출금리는 떨어지지 않고 은행권 예대마진이 확대되는 추세"라면서도 "내년까지 기준금리가 더 떨어지고 대출 증가세도 둔화하면 예대마진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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